"출입 여기자들 상습 성추행"…"중상모략, 법적 대응하겠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서도 정치인의 성추행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 '자유민주당' 소속 의원 레오니트 슬루츠키가 의회 출입 여기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잇따라 나오면서다.
BBC 방송 러시아 지국은 6일(현지시간) 지국 소속 여기자 파리다 루스타모바가 지난해 3월 슬루츠키 위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스타모바는 당시 프랑스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대표 마린 르펜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논평을 듣기 위해 슬루츠키의 하원 내 사무실을 찾았다가 피해를 봤다.
루스타모바가 혼자있던 슬루츠키 위원장에게 르펜 방문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BBC 방송 일을 그만두라. 내가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엉뚱한 제안을 했다.
이에 루스타모바가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이유가 내가 (러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영국 방송인) BBC에서 일하기 때문인가'라고 묻자 "아니다. 네가 (나와) 키스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한테 삐쳤다"고 말했다.
루스타모바가 '남자친구가 있으며 그와 결혼하려 한다'고 하자 "괜찮다. 그의 아내가 되고 나의 애인이 되면 되지 않느냐"고 노골적으로 추근댔다.
슬루츠키는 또 손바닥으로 여기자의 이마를 쓰다듬고 "남자 친구를 차버리고 나를 찾아오라. 빠를수록 좋다. 정말 너를 도와줄 생각이 있다"고 유혹했다.
BBC는 루스타모바 외에도 다른 여러 하원 출입 여기자들이 슬루츠키 위원장으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BBC 상세한 보도는 앞서 피해 여기자들이 방송 회견을 통해 슬루츠키의 비행을 폭로한 뒤 나왔다.
파문이 확산하자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은 이 문제를 하원 윤리위원회에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슬루츠키 위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들을 모두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하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비교적 관대한 성문화를 가진 러시아에선 성추행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성적 행위 강요에 관한 형법 조항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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