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개헌 방향대로 지방세 비중 높이면 오히려 지방분권 악화"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재정학회 논문 발표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며 현재 8: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4까지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경제력이 70%가량 집중된 상황에서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할수록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지방세를 빨아들이며 오히려 지역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8일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한국재정학회 월례세미나에서 발표한 '협조적 분권 국가 헌법의 필요성 고찰' 논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작년 10월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방재정 분권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이루고, 장기적으로 6: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논문은 이러한 지방세 강화 방향이 오히려 "거의 확실하게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 전국과 비교했을 때 소득세 67%, 법인세 69%, 지방소비세의 과표가 되는 전체 도소매판매액 66%가 각각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단순한 지방자치 논리를 바탕으로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면 가뜩이나 비대한 수도권에 지방정부 몫인 국세를 약 70% 더 집중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논문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지방세 확충이라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유로 '지방'이라는 단어가 '서울'의 반대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서울특별시는 지방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돼 지방세 비율 강화의 효과를 오해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또 현행 헌법 제117조 1항 탓에 한국은 분권이 강조될수록 '명분상 분권, 사실상 집권'이 강화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117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안의 범위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가운데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부분 탓에 중앙부처의 시행령으로 지방자치 사무와 재정이 결정되는 기형적인 관계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2010년 도입된 지방소비세 제도가 이 조항에 따른 대표적인 기형적인 제도라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의 5%(현재는 11%)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제도다.
지방세법은 수도권에 지방소비세 배분액이 지나치게 몰리게 하지 않도록 각 지자체 배분율을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또 다른 형태의 지방교부세 형태로 운용되며 분권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따라서 개헌은 117조 1항을 전면 수정해야 하며, 지방세 비중을 단순히 확대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재원 확보 방법은 중앙과 지방 간 세원 공유를 통해 지방정부 세원의 규모를 확대하는 '공동세' 방식이 적합하다고 봤다.
이때 세원 배분을 상생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현재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전국적 균형발전을 위한 개헌은 지역 간 형평성뿐 아니라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은 "다만 이를 위해 지방정부에 국세 세원을 이양하는 단순한 형태의 지방분권은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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