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안 돼" 발언에 논평…헝가리는 인권대표 사퇴 촉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올해 초 아프리카를 '거지소굴'이라고 불러 파문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모욕에 가까운 비판을 한 바 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6일(현지시간) 논평에서 "오르반 총리의 연설은 명백한 인종차별주의이며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남미의 여성과 남성, 어린이를 모욕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8일 시장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천천히 이민화가 진행되는 서유럽 도시에는 특별하게 매력적인 게 없다"며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이드 대표는 "오르반 총리 같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행위에 맞설 때가 됐다"며 "오르반 정부는 민주 선거로 꾸려졌지만, 점점 권위적인 정부가 되고 있고 오르반 총리는 인종차별주의자, 외국인 혐오자다"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난민을 '독'이라고 부르며 유럽연합(EU)의 난민 재분산 수용 정책을 비판하면서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또 헝가리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조지 소로스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가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소로스는 헝가리계 미국인이자 유대인이다.
헝가리는 난민 문제뿐 아니라 총리 측근들의 언론사 인수, 시민단체 옥죄기 등으로 유엔에서 비판을 받았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지난달 26일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자이드 대표가 인권 최고대표를 맡을 자격이 없다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난민은 매우 위험하고 해롭다"며 "우리는 난민 유입을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헝가리 정부는 '인종차별주의자' 논평에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내달 8일 총선을 치르는 헝가리는 여당 피데스가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당이 다시 총선에서 승리하면 오르반 총리는 세 번째 연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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