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가기 싫었습니다" GM 군산공장 떠나는 직원들의 눈물

입력 2018-03-08 06:01  

"쫓겨나가기 싫었습니다" GM 군산공장 떠나는 직원들의 눈물
"가족에 미안, 재가동을 바라지만 희망 없어…자포자기 심정"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재가동의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빈손으로 내쫓기기보다 얼마라도 받아 내 발로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퇴직을 신청했습니다."
폐쇄가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의 희망퇴직 근로자 이모(56) 씨는 무거운 마음으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30년 가까이 자동차 조립과 품질검사를 맡아온 이씨는 지난 7일 오후 희망퇴직이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지난 2일까지 군산공장 근로자 1천여명을 포함해 전체 2천500명이 신청한 희망퇴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GM은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 근무기간에 따라 통상임금의 2~3년 위로금, 2년치 학자금, 자동차 구매비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자가 희망퇴직이 확정된 7일 오후 군산공장 근로자 8명에게 연락했지만,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인터뷰를 거부했다.
공장 폐쇄라는 무거운 현실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탓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가 무척 가라앉은 이씨는 "직원들끼리도 연락이 쉽지 않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외부와 접촉을 피하기 때문이다"며 자신도 같은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예상보다 높은 희망퇴직 신청(공장 직원의 80%가량)에 대해 "희망퇴직이 끝나면 '강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말이 돌아 그런 것 같다"며 "강제로 나가느니 얼마라도 받아 내 발로 나가겠다"는 분위기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5월 이후 공장을 나가면 할 일도 갈 곳도 없다. 군산 경제도 안 좋고 새 일자리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며 "아무 계획도 희망도 없어 당분간은 군산에 머물 작정"이라고 말했다.
"막상 (희망퇴직이) 확정되니 가족에게 미안할 뿐이고 마음이 무겁다"는 그는 "대학생 아들에게 학자금이 지원돼 다행이지만 생활비와 부수적인예금 또는 보험 등의 지출은 크게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이라도 군산공장이 재가동된다고 하면 다시 일터로 제일 먼저 달려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생산직으로 20년 근무했다는 박모(44) 씨는 지인을 통해 "더 있어 봐야 강제 구조조정 당하고 위로금도 받지 못할 것 같아 착잡한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며 "당장 할 일도, 하고픈 의욕도 없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어 "군산공장에 남아도 급여나 복리후생이 별거 없고 부평이나 창원으로 홀로 가더라도 각종 비용으로 월 100만원도 넘게 들 것"이라며 퇴직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박씨는 "철수 분위기가 팽배한 군산에서 뭐를 할 수 있겠냐"고 되물으며 "차라리 공장이 매각되면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생산직 근로자도 현실과 미래가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생산직인 김모(37)씨는 "막상 회사를 그만두려니 할 일이 없어 막막하고 두려웠다"며 가능성은 적지만 공장이 재가동되거나 군산공장에서 기다리면서 부평을 비롯한 다른 곳에 전환배치라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 둘에 아내, 배 속에 있는 아이까지 키우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냐"며 씁쓸해했다.



k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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