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선 포퓰리즘 태풍에 거물급 '우수수'…"기성정치 막 내려"

입력 2018-03-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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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총선 포퓰리즘 태풍에 거물급 '우수수'…"기성정치 막 내려"
"아무 것도 예전과 같을 수 없어…선수, 지형 모두 바뀌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반(反)난민, 반유럽연합(EU)을 지향하는 극우, 포퓰리즘 태풍에 오랫동안 이탈리아 정계를 쥐락펴락했던 인사들도 대거 낙선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6일 일간 일 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르코 민니티 내무장관,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장관을 비롯해 집권 민주당 진영에서 출마한 현직 각료들이 줄줄이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난민 위기, 경기 침체에 분노한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19%의 역대 최저 득표율로 참패했다.



민니티 장관은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이탈리아로 유입되는 난민이 급감하는 계기가 된 리비아 통합정부와 난민 협정 체결, 지중해 난민 구조의 한 축인 비정구기구(NGO)의 과도한 난민 구조활동 억제 등을 진두지휘하며 높은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던 터라 그의 패배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동부 해안도시 페사로에서 출마한 그가 세비 허위 반환 논란에 휘말리며 오성운동에서 퇴출된 후보 안드레아 체코니에게 밀렸다는 사실은 오성운동의 지지세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짐작케했다.
그는 27.9%를 득표, 체코니(34.8%)는 물론 우파연합의 안나 마리아 렌초니(31.5%)에게조차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한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지중해 난민위기를 억제한 민니티가 세비를 허위 반환해 오성운동에서 쫓겨난 체코니에게 패했다는 것은 이번 선거의 부조리함을 잘 보여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부 페라라와 제노바에서 각각 출마한 민주당의 중진인 프란체스키니 문화장관,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인 로베르타 피노티 장관은 우파연합 후보에 패해 의회 입성이 좌절됐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이 과도하게 우파적인 정책을 펼친다고 반발하며 탈당한 좌파 정치인들이 구성한 자유와평등(LEU)은 전국 득표율도 당초 예상의 절반 수준인 3.3%선에 지역구에 나선 거물급 정치인들이 전멸하다시피 하며 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당 대표인 페이트로 그라쏘 상원의장은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4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고, 마시모 달레마 전 총리는 남부 풀리아 주 지역구에서 꼴찌로 주저앉았다. 현직 상원의장, 전직 총리라는 이들의 화려한 경력과 이름값은 남부 전체를 석권하다시피 한 오성운동의 돌풍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밀라노에서 출마한 이탈리아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 라우라 볼드리니 하원의장, 베로나에서 나선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민주당 대표도 나란히 4위로 고개를 떨궜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편집인인 루치아노 폰타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지난 25년 동안 우리가 알던 이탈리아 정계는 막을 내렸다"며 "이제 아무것도 이전과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선수와 정치 지형 자체가 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가에서는 2013년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표를 줬던 약 100만 명이 이번 총선에서는 오성운동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득권 심판을 내세운 창당 9년의 반체제 신생 정당 오성운동은 민주당 표를 대거 흡수하고, 남부를 싹쓸이 하며 32%의 득표율로 최대정당으로 떠올랐다.
불법 난민 60만명을 돌려보내겠다고 공약한 우파연합은 북부를 석권하고, 민주당의 아성이었던 중부 일부까지 차지하며 37%를 득표,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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