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 기초한 디트라니 "9·19 성명 재논의 가능"

입력 2018-03-08 01:34  

9·19 합의 기초한 디트라니 "9·19 성명 재논의 가능"
"북한 의도 알기 전까지는 협상 대신 '탐색적 논의' 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대북협상대사는 6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회담을 할 용의를 보인 것과 관련해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기 전까지 협상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대사는 이날 공영방송 PBS에 출연해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보는 '탐색적 논의(exploratory discussions)'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탐색적 논의가 타당할 것"이라며 "탐색적 논의는 우리가 아무것도 투입하지 않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는 협상 경험이 있으나 김 위원장과는 한 번도 직접 대화를 한 적이 없고, 북한이 언급한 '안전 보장'의 구체적 의미와 범위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를 것이란 점도 탐색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디트라니 전 대사는 지난 2005년 6자 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다시 논의할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지난 2003~2005년 미 대북협상 대사이자 6자 회담 차석대표로서 9·19 공동성명을 기초한 미국 측 실무그룹을 이끌었던 당사자이다. 당시 성명은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그는 "나는 2005년 공동성명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 그 성명을 얻기 위해 2년간 지난한 협상을 했고, 4년간 그것을 추진했으며, 그리고는 북한이 그 성명에서 떠났다"면서 "거기에 (합의) 문서가 있고 (해놓은) 많은 일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 성명은 다시 논의될 수 있다"면서 "북한에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당신의 아버지 김정일이 이 일(성명)에 전념했다면, 왜 당신은 핵무기를 고집하느냐? 당신이 안전 보장을 그렇게 걱정한다면 그건 무슨 뜻이냐? 평화 협정 이외에 무엇을 찾고 있느냐?'"라고 덧붙였다.



디트라니 전 대사는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적 관계'를 원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사실 그것은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안전 보장이지만, 북한은 그것을 얻고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디트라니 전 대사는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열린 태도로 돌아선 배경과 관련해서는 ▲대북 제재가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한미 연합훈련에 배치된 전략자산이 북한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지난해 잇따른 핵과 미사일 시험 성공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자신감이 상승했다는 점을 들었다.
디트라니 전 대사는 "그(김정은)는 스스로에 대해 더 좋은 기분을 갖고 협상 테이블로 오고 있다"고 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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