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훨씬 중요한 지재권 싸움서 동맹 협조 못받을수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가한 것은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서 원군을 놓치는 셈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탐식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업종에 비하면 경제와 국가안보에 그리 이해가 크지 않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빌미로 연합전선을 펼 수도 있는 국가들을 따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통해 "매년 중국과 같은 경쟁자들이 수천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미국의 지재권을 훔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확대하고 핵심 산업, 민감한 기술, 인프라에 대해 투자함으로써 유럽에서 전략적 교두보를 획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도 연례 보고서에서 지재권 절도와 산업스파이 활동으로 인해 미국이 입은 피해가 연간 2천270억~5천99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무역에서 보는 적자는 300억 달러 정도다.
경제자문위원회 보고서는 여러 국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과 송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만이 외롭게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독자적 행동을 선호하면서 집단적 행동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철강 생산 과잉을 줄이기 위한 다자간 노력을 훼손한 것이 그 실례다.
<YNAPHOTO path='AKR20180308062400009_01_i.jpg' id='AKR20180308062400009_0101' title='미국 미시건주의 철강공장 [EPA=연합뉴스]' caption=''/>
지난해 1월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알루미늄 정부 보조금을 WTO에 제소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지난주 거의 사문화됐던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었다.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에서 비롯된 글로벌 철강 과잉생산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2003년 이후 중국이 4차례나 시정을 약속했음에도 중국의 실제 생산량은 4배나 늘어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미국이 이미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는 탓에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그리 많지 않은 수준이고 미국 알루미늄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캐나다보다 현저하게 낮다.
상무부는 중국 탓에 제3국 시장에서 외국 철강회사들이 밀리고 있고 이들이 결국 미국으로 수출 물량을 돌리고 있는 것이 이번 조치가 다수의 수출국을 대상으로 하게 된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 고통이 공정하게 행동하는 다른 국가들에도 전가된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불공정한 행위가 결국은 미국을 경제·전략적 동맹들과 무역전쟁으로 내몬 셈이다.
일부 정책 당국자들은 경제적 이해가 훨씬 더 큰 부문에서 글로벌 협조가 어려워지게 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재권 분야다.
중국은 2025년까지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주요 업종의 국가대표 기업들을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기술 이전 압박과 산업 스파이 활동, 지재권 절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우려다. 이는 철강에 비하면 미국의 기술적 우위, 이를 통한 해외 수출 확대에 더 큰 위협이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일련의 견제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연합전선을 편다면 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은 국내 시장 개방과 투자를 대가로 미국의 동맹들에게 기술을 이전토록 유도할지도 모른다.
미국과 동맹들이 집단적 행동을 취한 전례는 없지 않다.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WTO에 공동 제소한 바 있다. 미국과 동맹들은 2014년 승소 판정을 받았고 중국의 규제 조치를 풀었다.
한 전직 미국 통상 당국자는 미국이 기술 이전 압박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WSJ는 연합전선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WTO가 신속하게 판정을 내리고 미국의 동맹들이 중국의 보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서 지렛대 효과가 나오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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