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 피우다 골초 된 오랑우탄…인니 동물원 학대논란 휘말려

입력 2018-03-08 10:25   수정 2018-03-08 17:16

꽁초 피우다 골초 된 오랑우탄…인니 동물원 학대논란 휘말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악명 높은 인도네시아의 한 동물원에서 오랑우탄이 웬만한 애연가 못지않은 능숙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촬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동물보호협회(IAWS)는 서부 자바 주 반둥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수컷 오랑우탄 '오존'(Ozon)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지난 6일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이달 4일 촬영됐다.
오존은 현지인 남성이 우리 안에 던져 넣은 피우다 만 담배를 조심스레 집어들어 입에 문 뒤 연기를 뿜어내고 바닥에 재를 터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능숙한 태도로 미뤄 볼 때 이 오랑우탄이 상당한 기간 관람객들이 던져 준 꽁초를 피워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물원 측의 허술한 관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AWS의 창립자인 매리슨 구치아노는 "동물원의 관리감독 능력 부족 때문에 이런 일이 예전부터 자주 벌어졌을 수 있다"면서 "동물에게 필요한 것은 먹이만이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반둥 동물원은 시설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물원 관계자들은 32명에 불과한 직원이 800여마리에 달하는 동물을 완벽히 관리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설 동물원인 반둥 동물원은 수년 전부터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수백마리의 동물이 관리부실로 폐사해 '죽음의 동물원'이란 별명을 지니고 있다.
2016년 4월에는 야생개체수가 400여마리에 불과한 수마트라 호랑이가 독성물질 포름알데히드가 든 고기로 인한 장기손상으로 폐사했고, 같은해 5월에는 역시 멸종위기종인 수마트라 코끼리가 수개월간 방치된 끝에 숨을 거뒀다.
2012년에는 죽은 기린의 위에서 20㎏에 달하는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작년에는 피골이 상접한 태양곰(일명 말레이곰)들이 관람객들에게 먹이를 청하고, 심지어 자신이 싼 대변을 주워먹는 모습이 포착돼 동물 애호가들의 격한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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