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뿌리뽑는 그날까지"…여성의날 울려퍼진 '미투' 함성(종합2보)

입력 2018-03-08 20:51   수정 2018-03-08 20:59

"성폭력 뿌리뽑는 그날까지"…여성의날 울려퍼진 '미투' 함성(종합2보)

흰 장미 배포 캠페인·3시 조기 퇴근 시위 등 다양한 행사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모든 종류의 성폭력을 뿌리 뽑는 그 날까지 미투 운동에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여성단체들이 곳곳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미투 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를 결의했다.
'하나의 함성!'을 주제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전국 110개 여성단체 지도자들과 정·관·학계 주요인사 등 총 5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여성 인권을 유린하는 우리 사회의 모든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미투운동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법·제도 개선을 포함한 피해자 보호 및 피해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력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등 여야 대표들도 참석해 '미투'의 확산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행사에서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국미투지원본부' 발족도 선포했다.
전국미투지원본부에는 여성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한국공법학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이 참여해 피해자에게 법률 상담, 심리치료 등을 지원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시내 곳곳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하얀 장미와 함께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지침'을 담은 카드, 폭력 피해상담과 사법제도 이용 등을 안내하는 안내서도 배포했다.
온라인에서는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일상에서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할 점을 말하는 '말하기 캠페인'도 진행했으며, 성차별 실태를 담은 전자책 '요즘에도 그래요?-숫자로 보는 한국의 성차별'도 발간했다.
신입사원 10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하며 남성이 시간당 1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천840원을 받는 노동 현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에 불과하며 역대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아무도 없는 현실 등 사회 영역 전반의 성차별 실태를 숫자로 살펴본 책이다



이날 오후 명동에서는 검은 의상을 입은 한국YWCA연합회 회원 100여명이 장미를 들고 행진하며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명동 거리를 30분가량 행진했다.
민주노총,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10여개 단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여성의 날 3시 조기 퇴근 시위'를 오후 3시 광화문광장에서 열었다.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100대 64로 크게 벌어졌으며, 이를 1일 노동시간인 8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들이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벌이는 운동이다.
참석자들은 본 행사가 끝난 뒤 '직장 내 성희롱,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 '최저임금 정부부터 지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행진했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이들은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해 고용노동부에 '성평등 전담 근로 감독관 확충'을 촉구하는 민원 넣기 운동도 진행해왔다.
개신교계도 세계여성의날 행사에 동참했다.
매주 목요일 고난받는 이들이 있는 현장을 찾아 촛불기도회를 진행해온 촛불교회는 이날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성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목요 촛불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교회 목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은 한 여성 신도가 나와 증언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저서 공저 작업을 하던 목사로부터 스토킹과 성희롱을 당하고, 목사의 요구를 거부하다가 공저 작업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목사의 권력이 남용되는 교회의 현실을 비판했다.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날은 지난 1908년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조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된 국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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