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논·밭두렁 태우기 자제하세요…"득보다 실이 더 커"

입력 2018-03-08 14:53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 자제하세요…"득보다 실이 더 커"
유익한 곤충까지 죽고 산불도 유발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A씨는 최근 주말 고속도로를 달리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고속 주행을 하고 있는데 고속도로 옆에서 짙은 연기와 불길이 갑자기 덮치며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농민이 도로변 밭두렁을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와 불꽃이 바람에 휩쓸려온 것이다. 다행히 앞뒤로 차량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속도를 줄여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농철을 앞두고 매년 봄이면 월동한 병해충을 없애고 잡풀을 제거하기 위해 곳곳에서 논·밭두렁 태우기가 이어지면서 사망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소방당국과 농업연구기관 등은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뿐만 아니라 유익한 곤충들까지 모두 죽게 하는 것은 물론 인명피해와 산불피해 등을 일으켜 득보다 실이 크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와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도내에서 발생한 임야 화재 843건 중 12.0%인 101건이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다가 부주의로 발생했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다가 불길이 인근 산으로 번져 발생한 임야 화재는 2016년 774건 중 107건(13.8%), 지난해 813건 중 159건(19.6%)에 달한다.
올해도 지금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임야 화재 119건 중 19건이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과정에서 인명피해도 이어진다.
지난해 3월 6일 오후 연천군 한탄강 인근 밭에서 잡풀을 태우던 A(81)씨가 화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한 바람으로 번진 불길이 A 씨를 덮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같은 달 4일에는 화성시와 연천군에서 60대와 80대가 밭의 잡풀들을 태우다가 역시 숨졌고, 같은 해 2월 10일에도 용인에서 논두렁에 불을 놓던 80대가 야산으로 옮겨붙은 불을 끄다가 숨졌다.


하지만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옛날부터 이어져 온 봄철 논두렁·밭두렁 태우기가 실효성이 없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병해충을 죽이고, 잡풀을 제거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재가 토양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진딧물의 천적인 거미 등 유익한 곤충까지 모두 죽게 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농업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농촌진흥청이 실제 연구한 결과 논·밭두렁을 태우면 해충보다 유익한 곤충 피해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논·밭두렁 태우기는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논·밭두렁 태우기와 함께 논·밭 주변 각종 쓰레기를 태우다가 발생하는 산불도 2015년 190건, 2016년 236건, 지난해 216건에 달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도 재난안전본부는 3∼5월을 봄철 화재예방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등 예방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행락철이자 한식 성묘, 석가탄신일 등이 몰려 있는 매년 이 기간 각종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최근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연평균 9천804건의 각종 화재 가운데 31.7%(3천107건)가 봄철에 발생했다.
도 재난안전본부는 "논·밭두렁 태우기와 임야 근처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건조한 봄철 산불로 이어지기 쉽고 인명까지 위협한다"며 "꼭 논·밭두렁 태우기를 해야 할 상황이면 미리 119에 신고, 안전조치를 한 뒤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k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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