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기자회견 전격 취소에 분노·성토 쏟아져

입력 2018-03-08 15:10   수정 2018-03-08 15:21

안희정 기자회견 전격 취소에 분노·성토 쏟아져
공무원 노조 "일방적 회견 취소는 국민 우롱 처사"



(홍성=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일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성폭행 의혹 사죄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하자 여성단체 등의 거센 비난과 질타가 쏟아졌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1시께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취재진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려 했으나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예정시각을 불과 2시간 앞둔 시각이었다.
안 전 지사는 회견 장소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한준섭 충남도 공보관이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전날 밤부터 안 전 지사를 기다리며 진을 쳤던 취재 기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만일 사태에 대비해 도청 밖에서 대기하던 4대 중대 300여명의 경찰관도 철수했다.
안 전 지사 측이 "국민, 도민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다"고 밝힌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입장을 번복하자 일부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모(30)씨는 "검찰 출두가 먼저라지만 도민 앞에 사죄를 약속했으면 지켜야 했다"면서 "이제는 자신에 대한 유불리 계산을 떠나 진솔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네티즌들은 "추가 폭로자가 나오자 시간을 벌고 검찰 조사 대응 계획을 세우겠다는 거냐", "애초부터 기자회견이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는 게 맞았다", "검찰 조사는 조사고, 그동안 지지한 사람들의 실망감을 생각해서 직접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me too'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기로 했던 여성단체도 목소리를 높였다.
임원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고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아야지, 그보다 먼저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은 애초부터 정치적이며 성급한 판단이었다"며 "취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에도 검찰 수사에 대한 내용만 있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없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안 전 지사를 보좌하는 캠프 사람들 역시 그동안 성희롱 문제를 가볍게 여기다 보니 계속 급하게 대응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충남도청 공무원들도 황당하거나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남도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오후 2시 30분께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기자회견 취소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며 "충남 공직자로서 피해자에게 머리숙여 사과하며, 안희정은 국민과 도민 앞에 먼저 사과하고 즉시 자진 출두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남도 한 공무원은 "도청에 기자들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라며 "충남도청이 성폭행 의혹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so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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