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서구 근대성의 어두운 이면 = 월터 미뇰로 지음. 김영주·배윤기·하상복 옮김.
인류가 16세기 이후 지향한 가치인 근대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식민성을 분석하고 탈식민적 인식과 행동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책.
미국 듀크대 교수인 저자는 15세기까지만 해도 세계가 다중심 체제였다고 설명한다. 즉 유럽, 중동, 동아시아 등이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다 1500년 이후 서구 문명이 단일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다른 문명을 '야만' 혹은 '원시'로 바라보고, 서구 이외 지역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식민성이 생겨났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근대성의 보이지 않는 반쪽인 식민성을 외면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21세기에 다시 펼쳐질 다중심 체제에서는 식민적 권력 매트릭스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생각은 여전히 근대성을 서구화와 동일시하는 국내 학계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예컨대 홍대용이 '의산문답'에서 지구 자전설을 편 것을 두고 근대성을 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시각에는 서구 근대성만이 보편적이라는 관념이 깔려 있다.
기존의 근대성 개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근대성을 모색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통찰력이 엿보이는 저작이다.
현암사. 672쪽. 2만5천원.
▲ 버추얼 창과 그물망 방패 = 김상배 지음.
정보혁명과 네트워크 세계정치를 연구하는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국제 정치의 관점에서 사이버 안보와 미래 전략을 논했다.
저자는 사이버 세상에서 벌어지는 해커의 공격에 대해 실재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버추얼 창'이라고 규정한다.
버추얼 창을 막는 데에는 벽돌로 견고하게 쌓은 건축물보다는 지푸라기나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은 그물망이 낫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집중포화를 맞으면 벽돌집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으나, 그물망은 조금 훼손되더라도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외교 상황을 설명할 때 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중시하는 것처럼 사이버 안보에서도 이 네 나라와의 정책 조율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저자는 중견국 위치에 있는 한국이 힘의 논리에 따라 강대국이 되겠다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행동을 같이하는 동지국가를 최대한 모으는 외교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울아카데미. 400쪽. 3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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