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합동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브리핑 일문일답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정부가 8일 권력형 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으면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참여자들의 2차 피해를 막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12개 관계부처가 참여해 마련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한 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성범죄 폭로 내용은 공익적인 측면이 강해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들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 차장은 악성 댓글로 인한 미투 참여자들의 피해 대책으로 "(악성 댓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즉각 삭제 조치하고 행위 행위자는 IP(인터넷 프로토콜) 추적을 통해 찾아내 악의적이고 심각한 행위자에 대해선 구속수사 등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곳에선 기관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정현백 여가부 장관을 비롯해 나종민 문체부 1차관,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민갑룡 경찰청 차장, 강도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공동 브리핑 일문일답.
--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 사건은 정보지(찌라시)가 돌면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과 처벌 수위는.
▲ (경찰청 차장) 온라인상의 2차 피해는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한 글들은 방통위와 협의해 즉각 삭제 조치하고 해당 행위자에 대해선 IP 추적을 통해 찾아내 악의적이고 심각한 행위자에 대해선 구속수사 등 엄정하게 사법처리를 하겠다. 악의적인 행위자들에 대해선 엄격한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있는데,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
(여가부 장관) 2차 피해와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건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한 의료기관을 통해서 신속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사건 은폐나 조직적 방임은 경찰과 협력해 엄정 수사하겠다. 2차 피해가 발생한 곳에선 기관장의 책임을 묻겠다. 성범죄는 2차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어 신고된 사건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지속해서 관리 감독하면서 피해자들이 신고 후에 다른 방식으로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도록 대처하겠다.
-- 이번 대책의 핵심은 권력형 성범죄 형량을 상향조정한 것인데, 현행법상 협박, 폭력이 있어야 강간이 인정되는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보여주기식 법 개정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 (법무부 검찰국장) 권력형 갑을 관계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타당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형량을 높이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입법은 아니다.
-- 성폭력 범죄 조건을 폭행이나 협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는 데 대한 개선 논의는 없었나.
▲ (법무부 검찰국장) 폭행, 협박이 없는 성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방안을 물은 것인가. (그렇다) 미국의 일부 주나 독일에서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해외 입법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의 의견이나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로 갑자기 결정할 수 없는 문제여서 이 부분은 이번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 (법무부 검찰국장) 피해자에 대해선 폭로하는 내용이 진실이고 그것이 공익을 위하는 측면도 있어서 죄가 되지 않는 쪽으로 법 해석을 적극적으로 할 방침이다. 따라서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명예훼손죄가 없어졌을 경우 피해를 보는 쪽은 오히려 서민이나 약자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투 운동 참여자들의 전력을 뒤져서 과거 행실이 어떻다는 둥 직업이 어떻다는 둥 명예를 훼손하는 가해행위를 하더라도 처벌을 못 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과거 행적이나 성적 지향으로 명예훼손을 했을 때 일반 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심층적인 논의를 거쳐 이 부분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권력형 성범죄 형량을 높였지만 실제 판결에 반영되도록 할 방안이 있나.
▲ (법무부 검찰국장) 법정형이 상향조정됐을 경우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에선 사건 처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법원에선 법정형이 올라가게 되면 그에 맞는 양형기준을 만들어서 사회 요구 수준에 맞는 양형기준을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을 개설했는데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사가 가능한가.
▲ (노동부 차관) 피해자가 익명으로 신고하더라도 가해자나 소속회사 등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는 제공해야 한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일단 조사에 들어가고, 조사하는 과정에 피해자가 확인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확인되는 경우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어 현장조사 과정에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
-- 고용노동부 성희롱 신고 대상에서 교사나 교원이 제외된 것으로 파악된다.
▲ (노동부 차관) 근로기준법, 노동관계법 적용 범위 때문에 그렇다. 공무원이나 교원처럼 공무원법이나 교원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근로감독관이 감독할 수 있어도 특별법으로 존재하는 영역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 종합적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성폭력에 노출됐을 때 피해 구제하는 방안을 여가부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
-- 문화예술계에서 1년 전부터 성희롱·성폭력 대책을 요구했다는데 대책 마련이 지연된 이유는.
▲ (문체부 차관) 작년 초부터 여성문화예술연합과 많은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문화예술계의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올 1월에 결과가 나왔다. 실태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하는 중에 미투 운동이 확산됐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
-- 성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을 제한한다고 했는데,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열악한 단체들이 존립을 위협받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 (문체부 차관) 그런 우려가 현장에서 나온다. 단체나 기관의 대표가 가해자인 경우 가해자로 인해 사업이 폐지되거나 단체가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단체장이 가해자인 경우 일단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심사과정에서 장이 해당 공모사업이나 작품에 관여한 정도 등을 심의해서 배제 여부를 결정하겠다. 쉽게 말해 단체장이 가해자라고 해서 단체가 기계적으로 지원에서 배제되는 건 아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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