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선 개입 의혹에 中외교관 "시에라리온 정치엔 관심 없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중국과 관련한 이상한 선거 구호가 등장하면서 중국이 이번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에라리온에서 이날 대선이 치러진 가운데 집권당 전인민회의(APC) 소속 후보인 사무라 카마라 선거 캠프는 지난주 끝난 유세 기간 "우리는 중국인들"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는 중국, 중국인들과의 연대가 APC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APC 지지자 마이클 카마라는 '우리는 중국인'이라는 구호는 중국에 대한 감사와 연대의 표시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이 아는 유일한 방식인 충성 맹세를 통해 중국인에 대한 애착을 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서방세계를 위해 60년간 그렇게 해왔다. 이제는 중국에도 한번 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PC와 중국의 밀착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이 시에라리온 대선 캠페인에서 여러 차례 포착된다.
시에라리온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중국계로 보이는 남성들이 APC를 지지하는 복장으로 APC의 지역 후보들과 유세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컵과 티셔츠, 플래카드 등 APC 선거 운동 관련 물품은 모두 중국산이고 7층짜리 APC 본부 청사도 중국 건설회사가 수도 프리타운에 지었다.
시에라리온 재무·외무장관 출신의 카마라 후보는 중국 투자 유치에 일관된 지지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프리타운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관중에게 중국의 성공이 개발도상국 무대에서 "새로운 개발 시대"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을 "시에라리온의 전천후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에라리온 주재 중국 외교관들은 "중국은 시에라리온의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시에라리온 국민 다수는 중국이 대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장기적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에볼라로부터 더디게 회복하는 시에라리온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
중국은 2007년부터 10년간 장기 집권한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대통령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코로마 정부는 1980년대 이후 최대 수준으로 중국과의 교역 규모를 확대했다.
중국 기업들은 시에라리온의 주요 광물인 철광석 채굴권을 확보하는 대신 개발이 안 된 지역에 도로를 건설해 줬다. 이 중에는 1억1천500만 파운드(약 1천700억원) 규모의 도로를 무상으로 지어주는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부채에 허덕이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의 어류와 목재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올해 시에라리온 대선에는 모두 16명의 후보가 나섰으며 카마라와 신생 정당 국민대연정(NGC) 후보 칸데 윰켈라 등이 유력 주자로 꼽힌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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