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물이 용기가 됐으면"…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침

입력 2018-03-08 19:49  

"나의 눈물이 용기가 됐으면"…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침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사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서로의 용기와 연대로 가능해지는 힘이 있다는 말을 굳게 믿고 저의 증언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남보리 씨는 8일 오후 부산 금정구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열린 미투(#Metoo)운동 토론회 '당연할 걸 당당하게 말하다'에서 자신이 당했던 성폭력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남 씨는 "지난해 당시 정의당 전국위원이었던 권모 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후 지금까지 공론의 장에서 싸워 온 생존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평소 동경하던 권 씨가 밤마다 성적 욕망이 담긴 언어폭력과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찍어 나에게 보내 왔다"고 눈물을 흘리며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당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다른 전국위원은 오히려 나를 정서가 불안한 사람이라고 몰아가기도 했다"며 "올해 1월 미투 운동이 불고 나서야 당 차원에서 공개 사과하고 성폭력 대응 매뉴얼 작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 씨를 비롯해 4명의 성폭력 피해자가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아주 오래전 일을 꺼내려고 한다는 정문순 씨는 "31년 전 자신의 대학교 1학년 때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정 씨는 "교수가 각종 음담패설을 하고 자신의 몸에 손을 올리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용기를 가지고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는 오래전의 일이라고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는 왜 이제야 이런 사실을 폭로하느냐고 말하지만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그 일을 잊지 못했다"며 "이 자리에서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밖에 A 씨는 "부산 북구에 있는 한 대학에서 박 모 교수가 신체 일부를 만지고 해부학책을 펼치며 성관계 경험 등을 물어보며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교수는 당당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어 다른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들의 증언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해 미투 운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그동안 여성들은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들은 어둠 속에서 살았지만 가해자들은 승승장구하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며 어렵게 용기를 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투'(#Metoo)운동 부산 대책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활동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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