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보단 경제 논리 우선"…한반도 중대국면 속 안보동맹에 불똥 우려도
면제협상 길은 열려 있어…FTA·방위비 협상 등과 연계 가능성도 거론
(워싱턴= 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 시행에 대한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이대로 최종 확정된다면 한국산 철강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진정한 친구들'과 '무역과 군사 양면에서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하는 국가들'에 대한 '커다란 융통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이 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지만 결국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공교롭게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한 메시지를 들고 북미대화의 중재를 위해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에 날아온 당일 이뤄졌다.
보호무역주의를 내걸고 글로벌 무역전쟁을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의 파도가 거세지면서 우리로서는 지난 1월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연타를 맞게 된 셈이다.
여기에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합하면 무역부문의 '삼각파고'가 밀려든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국가안보 영향 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상무부가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토대로 이달 1일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없는 일괄적용'이라는 당초 방침과 달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과 관세 면제 연계 방침을 시사하고, 당국자들도 멕시코, 캐나다에 이은 추가 면제국 발생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두면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막판까지 설득 총력전에 나섰지만 일단 뒤집기에는 실패했다.
"무역에서는 동맹이 없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 마감(4월 11일)을 한 달 이상 앞당겨 밀어붙이자 역부족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와 통상 분리 대응 기조에 따라 동맹보다는 경제 논리를 우선시하면서 대미 철강 3위 수출국인 한국으로선 수출 전선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4월 말 개최 합의와 함께 북미대화의 문도 열리게 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중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자칫 통상 갈등이 '빛 샐 틈없는' 한미 안보동맹 및 대북 공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분야 수장들과 여야 의원들이 안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어왔던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 지적이었다.
다만 대미 수출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해소할 수 있다면 면제협상을 허용, '구제의 길'이 열리게 되면서 한국 입장에서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 측은 일단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15일 동안 미 정부 설득에 다시 한 번 전력투구 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군사 양면에서 '공정성'을 강조한 만큼, 향후 철강 '관세 폭탄'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방위비 문제 등을 면제와 연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