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현실로 이끈 문 대통령…'중재외교' 빛났다

입력 2018-03-09 10:57   수정 2018-03-09 11:31

'북미정상회담' 현실로 이끈 문 대통령…'중재외교' 빛났다

'운전자론' 앞세워 북미 양측 상대로 대화 설득…"외교적 사변" 평가
'평창외교전' 거치며 北김정은에 비핵화 대화 나서도록 유도
대북특사를 워싱턴 보내 트럼프 직접 설득…트럼프, 결국 수용
4월말 남북정상회담으로 5월 북미정상회담 '사전정지'할 듯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의 일대 전환을 가져올 역사적인 북미 정상간 직접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지난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성사 직전까지 갔던 북미 정상회담이 비로소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로,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모색하는데 있어 중대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구상에서 유일한 냉전의 외딴 섬으로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를 막고 평화체제를 조성해나가는 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적 사변(事變)"이라고 말이 나올 정도로 커다란 의미를 갖는 북미 정상회담을 현실화시킨 주역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군사적 긴장과 대결구도를 이어가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던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노력해온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직접 대화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속내'는 다르고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중재에 나선 문 대통령의 뜻과 노력을 존중하면서 대화의 장에 나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다양한 형태의 양자와 다자 정상외교를 거치면서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올인'해왔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뿐만 아니라 '실질적 당사자' 격인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켜나가는 데 있어서도 결정적 관건은 북미대화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슬러보면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지난해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북 강경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대북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며,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는 외교적·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YNAPHOTO path='PYH2018022120200034000_P2.jpg' id='PYH20180221202000340' title='펜스-김여정 청와대 회담, 개최 2시간 전 취소' caption='(워싱턴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이 지난 9일(현지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두 사람이 참석하는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북한의 제의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한이 취소해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거듭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문 대통령은 외교적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1차례에 걸친 전화통화와 세 차례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북미대화에 나설 것을 끊임없이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평창 외교전'이었다. 국제 스포츠제전의 개막을 축하하러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맞은 문 대통령은 양측 사이에서 대화를 하도록 유도했으나 막판에 불발됐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전제조건으로 삼은 미국과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의 입장차는 여전히 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요하게 중재 노력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평양방문 초청을 수락하면서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달라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평양에 보내 김 위원장에 직접 친서를 전달하고 비핵화에 나서달라고 설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결국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先代)의 유훈이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북미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특사단에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워싱턴으로 보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토록 했다. 최대한의 압박 기조 속에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접하고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이고 급기야 5월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뜻을 밝혔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860BE190005E60D_P2.jpeg' id='PCM20180309000033044' title='북미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 (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caption=' ' />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정상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북핵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설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더라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4월말로 예정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5월 중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정지'를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고 이를 남북한 합의사항으로 공식화함으로써 북미 정상이 생산적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여건을 조성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볼 때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크게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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