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국이 '동남아시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 강의 수자원을 무기로 강 하류의 동남아시아 국가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벌어졌다.
9일 방콕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전날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치앙 샌에서 화물 바지선 10여 척이 강바닥에 좌초했다.
치앙라이 주 정부와 현지 여행사 등에 따르면 이들 바지선은 최근 메콩 강 수위가 선박 운항 최저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강바닥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치앙라이 주정부는 치앙샌, 치앙콘, 위앙 캔 지구의 메콩 강 유역에서 운행하는 모든 선박에 주의령을 내렸다.
메콩델타여행사의 파가이마스 비에라 대표는 "지금까지 메콩 강 수위가 2m 이상 낮아지면서 치앙샌에서 50㎞ 떨어진 미얀마 반 몸 파 류 인근 강에서 10여 척이 넘는 바지선이 좌초했다"며 "좌초한 선박들은 중국과 라오스에 등록된 업체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좌초한 선박들 이외에도 많은 화물선이 강 유역에 발이 묶였다"며 "중국 남부에 있는 징훙(景洪)댐 방류로 하류 지역 수위가 다시 높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콩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최근 중국 윈난 성을 방문한 뒤 수로를 통해 귀국하려던 치앙라이 상공회의소 대표단도 중간에서 발이 묶인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이 란창강(瀾滄江)으로 부르는 메콩 강 상류 지역인 윈난 성 징훙에 지난 2008년 1천750㎿급의 징훙댐을 건설한 이후 갈수기에 메콩 강 하류 지역이 매년 수위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연중 강수량이 가장 적은 2월∼3월에는 비정상적으로 메콩 강 수위가 내려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파가이마스 대표는 "지난달 설날을 전후로 중국 측이 방류량을 줄이면서 강 수위가 낮아졌다. 중국 댐에서 방류한 물은 3∼4일 후에 이곳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메콩 강 상류 지역에 이미 8개의 댐을 세웠으며 10여 개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댐 건설로 메콩 강의 수자원 통제권을 빼앗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란창(瀾滄)-메콩강' 협력회의(LMC)를 창설해 미얀마,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와 협력 확대를 모색해왔다.
중국은 이들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개발을 약속했지만, 메콩 강 하류 지역인 동남아 주민들은 중국의 수자원 통제로 홍수나 가뭄 조절이 어려워지고 환경 훼손도 심각하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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