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품도 병원마다 20만∼90만원 제각각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병원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비급여 용품이 환자들에게는 '부르는 게 값'인 데다가 일부 병원이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는 정황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최근 '이지스탑'이라는 수술실에서 쓰는 지혈용품의 가격을 병원별로 추적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9월 부작용 의혹이 제기된 제품이다.
갑상샘암 수술 때 해당 용품을 체내에 넣어 지혈한 환자 37명의 몸에서 제품이 녹지 않아 환자들이 무더기로 재수술을 받는 피해를 입어 현재 식약처가 조사를 진행 중인 제품이다.
제품에 대한 논란으로 유통경로가 일부 드러났고, 같은 이름으로 크기와 질량이 제각각인 모델이 있는 다른 비급여 제품들과 달리 해당 제품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규격의 모델만 유통된 상태에서 식약처의 생산중단 조치가 이뤄져 병원 간 정확한 가격 비교가 가능한 제품이다.
갑상샘 환자 25명이 무더기로 재수술을 받은 부산 K병원은 환자들에게 해당 제품의 비용으로 58만5천원을 청구했다.
반면 인천의 S 병원은 동일한 제품을 20만 원에 환자들에게 청구하고 있었다.
경남 진주의 J병원은 23만1천원, 대구의 D병원·G병원 2곳은 30만원, 김해의 B병원은 50만원의 가격을 각각 책정했다.
가격이 높은 곳으로는 경기도 G병원이 70만원이었고 서울의 K병원은 최고가인 90만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이 납품된 전국 63개 병원 중 8개 병원에서만 가격 확인이 가능했지만 병원마다 가격이 제각각이고 그 차이가 매우 큰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가격 차이는 해당 제품이 '비급여 제품'이기 때문이다.
심사평가원의 가격통제를 받는 급여제품과 달리 비급여 제품은 가격(마진율)을 병원에서 책정한다.
비급여 제품 중에서도 일부는 가격을 병원별로 공개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이 제품의 경우는 가격 공개의무 대상도 아니었다.
해당 제품은 3단계 유통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제조사인 디메드리소스가 대웅제약 관계사인 시지 바이오로 납품하면, 시지 바이오는 지역병원과 판매망이 구축된 지역 판매상에게 넘긴다.
지역의 대형 병원 1∼2곳을 상대로 영업하는 이들 판매상은 마진을 일부 남긴 뒤 병원에 넘겼고 병원에서 최종 제품 가격을 정했다.
지혈용품의 제조사가 최초 납품하는 가격은 5만 원 정도로 알려진다. 이는 해당 제품 부작용 피해자들이 제조사와 면담과정에서 파악하게 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제조사 측은 "가격 정보는 기업비밀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피해자는 "5만 원짜리가 수술실에만 들어가면 58만이 되고 90만 원으로 폭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면서 "광고비나 판촉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르지만 일부 병원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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