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14곳 불과…서울시, 이르면 올여름부터 운영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오는 한류 관광객 증가와 맞물려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에 '무슬림 기도실'이 지어진다.
서울시는 예산 2억원을 들여 올 5∼6월 시내 관광지 2∼3곳에 무슬림 기도실을 시범 조성해 이르면 올여름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시가 이처럼 '무슬림 인프라 조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K팝 등 한류 바람이 불면서 이들 지역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총 98만5천858명으로 전년(74만861명)보다 33% 늘었다. 전체 방한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5.3%, 2015년 5.6%, 2016년 5.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한류 관광시장에서 무슬림 관광객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지만, 기도실로 대표되는 무슬림 인프라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집계한 통계를 보면 국내 무슬림 기도실은 총 78곳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대학교·병원이거나 전국에 흩어져있는 소규모 이슬람 성원으로, 관광객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방한 관광객 대다수가 머물다 가는 수도 서울에는 무슬림 기도실이 14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태원 이슬람성원을 빼면 관광지 3곳, 대학교 4곳, 병원 6곳 등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무슬림 관광객은 명동이나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즐기는 비율이 높지만, 정작 이들 관광지에는 기도실이 부족해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 관련 만족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2016년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명동을 방문했다는 응답자가 7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대문 64%, 남산 63.3%, 이태원 62.4%, 고궁 61.7% 등으로 조사됐다.
시는 우선 무슬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의 관광정보센터나 민간 시설에 기도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이슬람 교계(敎界)나 전문가와 접촉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무슬림 기도실이 만들어진다면 규모는 최소 6.6㎡ 이상으로 교리에 맞춰 남녀 기도실을 분리 설치할 가능성이 크다.
세족실, 냉·난반기, 내·외부 장식, 가림막 등을 설치하고 내부에는 코란을 두게 된다. 특히 무슬림이 예배하는 방향, 즉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방향을 가리키는 '키블라'도 만들어진다.
시는 무슬림 기도실을 만들면 서울 관광 홈페이지(visitseoul.net)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국내 무슬림 관련 기관에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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