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공동제안에 北美정상회담 성사 의미…트럼프, 중간선거 겨냥한 듯"
"비핵화-제재완화 연계 로드맵 중요…北美대화 진전 시 北日대화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내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72·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9일 북미 정상 간 정상회담 추진 소식에 대해 "북한이 장래를 걸고 필사적으로 미국과 대화를 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북한이 보인 외교는 자신의 몸을 버릴 정도의 필사적인 외교로, 낮은 수준에서 서로의 반응을 보면서 다시 이에 반응하는 식의 기존 외교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 북한은 자신의 장래를 모두 걸은 외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각오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생 김여정씨를 내세우거나 자신이 직접 나섰던 그간의 패턴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 남북 간의 교섭으로 인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외교전'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북한이 혼자 미국을 향해 이런저런 발언을 했지만, 이번에는 남과 북이 사전에 특사를 교환해서 북미 간 정상회담을 공동으로 제안했다"며 "이를 거절하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의 제안까지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 되는 만큼 미국이 회담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인 데에는 비즈니스적인 거래 감각도 작용한 것 같다"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인 성과를 올리고 싶다는 정치적인 판단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70%까지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의 상황을 볼 때 일정 정도 문재인 정권이 평창 올림픽을 전후해 벌인 외교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남북 간의 대화 분위기에 대해 일본 정부는 줄곧 '압력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 혹은 '대화에 응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북한의 유화 자세에 '미소(微笑)외교'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오코노기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북한의 자세를 '미소외교'라고 말하는 것은 큰 오해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지금 상황을 일본 정부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지금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큰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고 싶겠지만, 남북과 북미 간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결국에는 대화를 하는 쪽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흐름이 그쪽으로 정해졌으니 좋고 싫고를 떠나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해 어떠한 로드맵을 만들지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엄격한 경제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비핵화가 진전되는 정도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는 식으로 연계해야 할 텐데, 그 로드맵을 만드는 게 지금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코노기 교수를 비롯한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대북 압력 일변도의 정책을 펴온 일본 정부에 대해 '노선'을 바꿀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大阪)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대표는 교도통신에 "제재강화만 계속해온 일본 정부가 정세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이 대북대화의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납치 문제에 대해 직접 교섭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가와카미 다카시(川上高司) 다쿠쇼쿠(拓殖)대 해외연구소장은 "실제로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될지는 직전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이 미소외교로 시간을 벌면서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할 수 있는 만큼 대화 창구를 열면서도 압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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