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문자로 통보…일방통행에 비난 쇄도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은 지난 5일 오후 4시 이후다.
당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충남 예산에서 열린 기업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안 전 지사는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보도된 이후 관사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튿날 0시 49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활동 중단과 도지사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린 뒤로는 자취를 감췄다.
정무부지사를 비롯한 정무직 라인 10여명도 모두 일괄 사의를 표명한 뒤 일제히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여서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그로부터 만 하루가 지나서야 안 전 지사는 국민 앞에 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7일 측근인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8일 오후 3시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8년 동안 도정을 이끌어온 도지사로서 최소한 도민 앞에서만이라도 사죄하는 것이 도리라는 비판에 입을 열기로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약속한 기자회견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취소를 통보했다.
신 전 비서실장을 통해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이른 시일 안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셀프 소환 요청을 한 지 만 하루 만에 그는 스스로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시 문자 메시지를 통한 일방적인 공지였다.
그는 잠적 나흘 만인 9일 신 전 비서실장을 통해 "오늘 서울 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하루라도 빨리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마침내 이날 오후 5시께 검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잠적 97시간 만이다.
그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저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의 소환 통보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출석을 강행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안희정의 일방적 출두 통보는 매우 유감이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성폭행 폭로 후 칩거부터 기자회견 취소 통보, 검찰 자진 출두까지 모든 게 일방통행 방식으로 진행돼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j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