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트럼프에 이례적 긍정 평가…"대담한 도박이 가장 성가신 문제 해결"
WSJ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성과", CNN "북한 동기에 의문" 신중론도
中언론 "대화로 전쟁 우려 해소"…日은 한반도 문제 배제 우려 분위기도
(서울 베이징 도쿄=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심재훈 김정선 특파원 = 첫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합의되자 8일(현지시간) 미국 등 주요국 언론은 북미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돌파구가 열렸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외신들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백악관에서 한 브리핑 내용을 일제히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각자의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 美 언론 "역사적 순간"…한·미 정상 리더십 긍정 평가
CNN 방송은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라"며 정 실장이 백악관 브리핑을 하기 전부터 현장을 생중계했다.
CNN은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만남의 장이 만들어졌다"며 "이 놀라운 발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한 것에서 시작한 외교 바람의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CNN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화가 미국에는 북한 핵 야망의 진전을 막을 최고의 기회일 수 있지만, 북한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북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면 "북한 지도자와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만남이 될 것"이라며 "양국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래 공식적으로는 전시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을 각각 만났으나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퇴임 후 평양을 방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를 만난 적이 없는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고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한 김정은과 만나는 것은 깜짝 놀랄 만한 도박"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성사시킨 문재인 대통령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윌 리플리 CNN 도쿄 특파원은 북미 정상회담을 긴급뉴스로 내보내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플리 특파원은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남북 대화가 재개된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발판 삼아 마련한 모멘텀을 바탕으로 북한의 대화 제안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곧바로 대표단을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내도록 함으로써 외교술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후 나온 이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은 미국과 전 세계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며 "트럼프와 김정은의 어떤 만남도 역사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남북한과 한국의 동맹국들이 관련된 60년이 넘는 대립의 잠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한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조돼 온 북미 긴장의 사이클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처럼 보인 가운데 이번 발표가 나왔다"며 "문 대통령의 지난 10개월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동안 미국 내 여러 현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체로 부정적 평가로 일관했던 미 언론들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 합의 소식에서만큼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인정하는 기사들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성이 외교 성과를 이뤄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내보인 초강경 입장이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백한 승리를 일궈냈다"고 평했다.
WP는 "낙관주의자들은 중대한 돌파구라고 선언하고, 비관주의자들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노선이 세계에서 가장 성가시고 위협적인 문제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은 다른 누구도 하지 못하는 것을 하겠다는 또 다른 서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른 어떤 현직 대통령들도 하지 않았던 것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국제 문제에 대한 그의 대담함과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 신중한 中 언론, 긍정 평가…日은 경계심 드러내기도
중국 언론은 '중대 변화', '대사건'이란 용어를 쓰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관영 신화망(新華網)은 '중대 변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 안에 만난다'는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신화망은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특사단을 보낸 것에 회답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과 6일 대북 특사단을 북한에 보낸 바 있다면서 이번 발표의 배경도 소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정 실장의 브리핑 내용을 속보로 내보내며 "대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길이 멀고 험하지만, 대화는 사람들의 전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과 미국의 현임 대통령 사이에 첫 회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면서 "북한과 미국이 손을 잡고 기습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도 9일 북미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일부 신문들은 그동안 압력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주장해온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일본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부각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스타일 충격의 결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정부에 의한 충격적인 발표가 미국 내외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스타일의 최대급 깜짝 발표(서프라이즈)다"라고 보도했다.
도쿄신문도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했다"며 "북한이 예상외의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던진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이 심각하고 미국 군사공격에 대한 우려로 체제 유지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협상이 일본을 제외한 채 진행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이 '왕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아사히도 "미국이 (북한과) 정치적인 타협을 한다면 이미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에 있는 한일 양국이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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