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반체제 신생정당 오성운동이 최대 정당이 되며 집권을 눈앞에 둔 가운데, 오성운동 지지세가 거셌던 남부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해 달라는 요청이 벌써부터 빗발치고 있다.
9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선거 직후부터 풀리아 주를 비롯한 남부 도시의 사회보장 관련 기관 사무실과 구직 센터 등에는 총선에서 오성운동이 이겼으니 기본소득을 받아야겠다는 사람들이 수 십 명씩 찾아오며 직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풀리아 주 바리 인근의 한 직업 센터에는 주로 실직 상태인 젊은이들과 이민자 등 수 십 명이 주중에 찾아와 기본소득 수령을 위해 작성해야 할 신청서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본소득은 아직 정책으로 발효되지 않았고, 언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직원들의 설명에 실망한 채 발길을 되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문의가 쇄도하자 시칠리아 주의 주도인 팔레르모의 한 사회보장 센터는 "우리 사무실에는 기본소득과 관련한 사항을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공지를 아예 사무실 앞에 써붙이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총 투표의 약 32%를 얻어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오성운동은 저소득층을 위해 월 780 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낙후된 남부 선거구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오성운동은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집권을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 연정에 합의해야 한다. 약 37%의 표를 얻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우파연합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두 세력 사이의 집권 경쟁이 본격화 한 상황이다.
이처럼 아직 오성운동의 집권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빈곤이 널리 퍼진 남부에서 오성운동의 기본소득 공약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실제로 도입되면 국내총생산(GDP)의 131%를 웃도는 국가 채무를 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 공약이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기본소득과 관련, 선거 직후 TV에 출연해 "오성운동이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최소 2년은 지급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오성운동이 집권하더라도 기본소득 공약이 당장 현실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성운동은 기본소득 신청자가 벌써부터 각 지역 사회보장 센터에 줄을 서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이는 선거에서 진 민주당이 꾸며낸 '가짜 뉴스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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