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요건 악화·주요 수출품목 가격 불안정 등 원인으로 지목
"생산설비 수입 감소로 인한 현상"…비관론 경계 의견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최근 수년간 저조한 수준에 머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작년에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의 2017년 수출액은 전년보다 15.8% 늘어나 수출액 상위 10위 국가 중 연간 수출액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네덜란드의 증가율은 14.3%이고, 3위인 이탈리아가 9.7%를 기록한 점 등에 비춰보면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월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세계 수출대국 중 한국의 수출액 기준 순위는 전년도보다 두 계단 높은 6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수출이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최근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7년에 0.9% 포인트를 기록했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0년에 6.0% 포인트, 2011년 7.5% 포인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12년 2.8%, 2013년 2.4%로 내려섰다.
이후에는 2014년 1.1%, 2015년 -0.1%, 2016년 1.0%를 기록하는 등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지난해 성장기여도는 -1.7% 포인트를 기록해 1999년 -2.1% 포인트를 기록한 후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수출이 성장에 0.9% 포인트 기여했지만, 수입이 2.6% 포인트 깎아 먹으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저조한 이유로는 보호무역주의 등 교역 환경의 악화가 꼽힌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동안은 세계경기가 지지부진했다가 작년부터 반도체 중심으로 교역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외국의 수요가 수출로 나타나므로 수출 주도로 성장하는 국가인 만큼 플러스가 나왔어야 하는데 마이너스가 난 것은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수출 증가율은 2016년 -5.9%에서 2017년 15.8%로 반전했으나 같은 기간 수입 증가율은 -6.9%에서 17.8%로 더 큰 폭으로 반등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 수출은 2017년에 전년보다 3.2% 증가해 겨우 플러스를 유지한 반면 수입은 17.4%나 늘었다.
자동차,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미국 수출이 정체 또는 부진했고 올해는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및 철강 관세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할 전망이다.
주요 교역 품목의 가격 불안도 수출의 기여도를 낮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석유는 우리가 수입을 많이 하고 수출도 많이 하는 품목인데 지난해 유가가 오르면서 수입과 수출을 다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주도했는데 물량보다는 가격의 상승 폭이 더 컸고 그만큼 물량 증가는 둔화한 셈이라서 고용이나 생산 측면에서는 기여도가 적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달리 현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2017년 수출의 기여도(0.9% 포인트)는 전년(1.0% 포인트)과 비슷하지만, 수입의 기여도가 커졌다"며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수입해서 설비 확충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재화를 들여오는 것도 수입에 포함되므로 수입 기여도가 커져서 순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반드시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재화 수입 중 자본재 수입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작년 1분기에 16.2%, 2분기에 23.1%, 3분기에 18.4% 증가해 설비 투자를 위한 수입이 증가했다는 분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역시 한국은행이 펴낸 자료 가운데 작년에 수출의 역할이 전년보다 축소했음을 시사하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 1월에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3.1% 가운데 수출이 0.4% 포인트, 내수가 2.7% 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부 지출항목별 수입유발효과를 감안한 수치다.
2016년에 2.8% 성장을 달성할 때 수출이 0.5% 포인트, 내수가 2.3% 포인트 기여했다고 분석한 것에 비춰보면 2016년보다 2017년에 수출의 역할이 줄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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