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검증이 최대 도전…"자유로운 사찰 확보해야"

입력 2018-03-10 02:41  

북핵 검증이 최대 도전…"자유로운 사찰 확보해야"
6자회담에서도 검증단계에서 북 거부해 합의 좌초
은밀성 강화, 검증 더어려워져…NYT "검증이 도전"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화 제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북핵 제거를 위한 향후 북미 간 협상에서 검증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과거 6자회담에서 완전한 핵 폐기에 합의하고도 검증단계에서 합의를 파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핵 프로그램의 포기 과정을 동결→불능화→신고→폐기의 4단계로 나눠 그중 동결 이행 절차를 구체화한 2007년 '2·13 합의', 같은 해 불능화 조치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북한의 의무사항으로 명기하고 이행시한을 등 구체사항에 합의한 '10·3 합의'에 따라 2008년 6월 26일 중국 정부에 핵시설 및 핵물질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튿날에는 영변의 5MW 원자로 냉각탑 폭파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이 시료 채취를 비롯한 과학적 검증과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현재까지 '휴면상태'다.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이 열리고 이후 후속 회담이 열려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사찰·검증은 완전한 폐기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후에도 총 5차례나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며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를 확대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한편 은닉이 가능한 이동식 발사대까지 갖춰 사찰·검증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플루토늄 핵시설보다 훨씬 은닉하기 쉬운 우라늄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비밀 터널, 이동(모바일) 미사일, 많은 (핵)탄두: 검증이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검증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NYT는 "(사찰·검증을 위해) 북한 내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어떤 합의도 실패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은 물론 의심이 가는 장소에 대한 자유로운 사찰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수행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가시권에 들어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외교는 좋은 발걸음"이라면서도 "(북한내) 필요한 곳에 대한 현장 사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운전석에 앉아있고, 그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어디에 있는지 안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한다"면서 검증을 위한 제한 없는 사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검증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운용하고 만들고 있는지, 핵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면서 "어떻게 합의를 검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고 합의하더라도 "합의를 신뢰할만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본적 실수"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은 해결이 아니라 하나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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