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 '46살 세 딸 엄마' 이도연

입력 2018-03-10 13:49  

[패럴림픽]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 '46살 세 딸 엄마' 이도연
"세 딸에게 엄마가 강하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털썩.'
10일 2018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6㎞ 좌식 종목에 출전한 장애인 노르딕스키 대표팀 이도연(46)은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 내리막길에서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넘어졌다.
녹아버린 눈과 스키의 마찰력이 줄어들면서 속력을 조절하지 못했다. 하지 장애인인 이도연은 옆으로 고꾸라졌다.
이도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스틱을 고쳐 잡고 힘차게 재출발했다.
26분 11초 30. 최종 성적은 12위였다.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지만, 이도연은 환하게 웃으며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저 창피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이도연은 19살이던 1991년 건물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하려고 시작한 탁구가 이도연 삶의 전환점이 됐다. 이도연은 운동에서 삶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그는 탁구 선수로 활약하던 2012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탁구 선수로는 더는 성장을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자 바로 육상 선수로 전향했다.
그의 나이 마흔의 일이었다.
늦깎이 선수, 이도연은 2012년 장애인 전국체전 창과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국내 여자 장애인 육상의 간판이 됐다.
2013년엔 핸드 사이클 선수로 또다시 전향했다.
주변에선 핸드 사이클이 지구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라, 불혹을 넘긴 이도연이 도전하기엔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도연은 딸뻘의 선수들과 경쟁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2014년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장애인사이클 도로 월드컵 대회 개인 도로독주 15㎞ 대회에서 우승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패럴림픽 로드 레이스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시간 넘게 쉼 없이 사이클 페달을 손으로 돌리며 기적을 썼다.
이도연은 리우 대회가 끝나자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을 겨냥해 노르딕 스키 선수로 또다시 변신했다.



이도연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세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서다.
이도연에겐 직장생활을 하는 큰딸 설유선(25) 씨를 비롯해 3명의 장성한 딸이 있다.
그는 경기 후 "아이들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라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언제나 뭔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이들도 이런 내 모습을 따르길 바랐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언제나 당당한 엄마가 될게. 너희도 나보다 더 강한 엄마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도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평창패럴림픽이 끝나면 2020년 베이징 하계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핸드 사이클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2년 뒤엔 만 48세가 된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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