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전한 '비공개 특별메시지' 주목

입력 2018-03-10 15:48   수정 2018-03-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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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전한 '비공개 특별메시지' 주목

북한 전문가들, 인권문제 개선 의지 전했을 가능성 제기
'주한미군 주둔 용인'-'억류 미국인 석방'-'웜비어 사망 유감 표명' 등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제안과는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비공개 '추가 특별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히 전달해 달라고 한 특별메시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되지 않은 구두 메시지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신뢰구축의 하나로 매우 포괄적인 이야기였다"고만 전했다.
지난 5∼6일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앞서 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실장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사와 체제 보장을 전제로 한 비핵화 의지,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 중단,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이해 등이었다.
그런데 언론에 공개된 메시지 외에 발표하지 않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또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깜짝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비공개 메시지의 내용은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비공개 메시지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대북 특사단 다섯 분과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 등 7명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비공개 메시지의 내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단서는 '매우 포괄적인 이야기'이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신뢰구축의 일환'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뿐이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미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포괄적인 주제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만 한 메시지 중 공개가 쉽지 않은 것'으로는 우선 북한 인권문제를 꼽는 분위기다.
그간 미국이 강력하게 비판해온 인권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직접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위해 인권 개선 의지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 제기된다.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불가피하게 북한 주민을 통제한 사정이 있었지만,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통화에서 "인권 개선 메시지는 북미 간 포괄적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만 한 내용"이라고 추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사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애도와 유감의 뜻을 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도 언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들의 석방은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의 결과 또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권문제와 함께 미국이 문제를 제기해온 마약밀매, 위조화폐 제조, 해킹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메시지가 전달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 연구원은 "북미 관계 개선의 핵심은 물론 핵 문제지만, 마약밀매 등 국제 범죄에 대해서도 미국은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왔다"며 "미국과 정상국가의 관계를 맺기 위해 그런 부분에 대해 개선 의지를 밝혔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략구도와 관련한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미국과 먼저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점, 북미 간 중국 변수를 놓고 서로 유인 요건이 있다는 점 등이 이 같은 추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한반도의 미군 주둔을 용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 용인 등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관련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고 교수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축소"라며 "공개할 수 없는 메시지라면 동북아 지역 질서와 중국과 관련된 세력 균형 차원의 언질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의 이전 지도자들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인정하겠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북한 주석은 1992년 김용순 노동당 국제비서를 미국 뉴욕으로 보내 아놀드 캔터 미국 국무부 차관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테니 수교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로 볼 때 조선 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그동안 김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 발언을 한 저의를 두고는 여러 시각의 분석이 제기돼 왔다.
다만 김 위원장 입장에선 선대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미 미군 주둔을 양해한다는 언질이 있었던 만큼 이를 다시 한 번 거론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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