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피살' 슬로바키아 29년만에 최대 반정부 시위

입력 2018-03-10 19:07  

'언론인 피살' 슬로바키아 29년만에 최대 반정부 시위
마피아 정경유착 취재 기자 죽음 뇌관…총리 퇴진 여론 거세져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슬로바키아에서 9일(현지시간) 1989년 자유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10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브라티슬라바에는 5만여명이 모여 언론인 피살과 부정부패의 책임을 지고 로베르토 피코 총리가 퇴진할 것을 촉구했다.



반정부 시위는 이탈리아 마피아와 슬로바키아 정치권, 재계 인사들의 유착을 취재하던 기자의 죽음이 불을 댕겼다.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잔 쿠치악은 지난달 25일 자택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쿠치악은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인 은드란게타가 슬로바키아 정계, 재계 곳곳에 심어놓은 유착 고리를 추적하는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완으로 공개된 그의 기사에서 마피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던 피코 총리의 측근 인사 2명은 결국 사퇴했다. 마피아 조직이 총리실과 직통 채널을 갖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정부패 의혹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사법기관에 구속된 사람은 아직 한명도 없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존중받는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가 마피아의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피코 총리는 마피아와 관련이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지만, 야당은 이번 주 불신임 투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안드레이 키스카 대통령은 이탈리아 마피아의 영향력 확대를 경고한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정부가 무시했다며 피코 총리를 압박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피코 총리는 2006년∼2010년에 이어 2012년부터 다시 총리를 맡고 있다.
피코 총리는 재임 기간 경제가 회복되면서 유럽에서 장수 총리 대열에 합류했지만 마피아 연루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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