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수탈의 상징' 전주-군산 100리 벚꽃길 되살린다

입력 2018-03-11 14:59  

'일제 수탈의 상징' 전주-군산 100리 벚꽃길 되살린다
전북 '번영로 벚꽃길' 재조성 사업에 5년간 30억 투자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아스팔트 포장 신작로인 26번 국도.
전북 전주와 군산을 잇는 이 4차선의 40㎞ 도로는 '수탈의 길'로 통한다.


일본이 곡창인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해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제강점기인 1908년 이 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너른 평야의 쌀은 전주∼삼례∼익산∼김제∼만경∼군산항 등 도내 5개 시·군을 거쳐 그렇게 일본으로 반출됐다.
일제는 '번영로'로 불리는 이 신작로를 내며 가난한 백성들에게 '번영'을 줄 것이라 선전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독한 굶주림뿐이었다.
조상 대대로 농사짓던 땅은 신작로로 강제 편입되거나 일제를 등에 업은 일본인 대지주들에게 헐값에 팔아야만 했다.
피눈물 나는 강제노역에 동원된 것은 물론 쌀을 모조리 뺏기는 바람에 만주에서 들여온 조를 쌀 대신 먹어야 했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로다.
그런 역사를 간직한 이 도로 양쪽에는 한때 벚나무가 죽 늘어서 '벚꽃 100리길'로도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을 배경으로 떠들썩한 축제가 한바탕 펼쳐져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다.
하지만 1976년 전주-군산 도로 4차선 확장 때 심은 6천여그루의 벚나무들이 30년을 넘기면서 죽기 시작해 2000년 전후로 축제는 중단됐고 관광객 발길도 뚝 끊겼다.
때맞춰 이 도로 인근에 전주-군산을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2002년 건설되면서 차량마저 외면, 교통량이 급감했다.
이 '번영로 벚꽃길'이 새롭게 태어날 전망이다.
전북도가 전주·군산·익산·김제 등 4개 시와 함께 30억원을 들여 벚꽃길 100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번영로 벚꽃길 되살리기' 사업을 올해부터 5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우선 이 100리 길에 죽어서 볼품없는 벚나무를 뽑아내기로 했다.
벚나무를 새로 심고 주변 문화·역사 경관을 새롭게 조성하는 한편 마라톤이나 사이클 등 국제스포츠대회 유치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 도로 인근 곳곳에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픈 역사가 여전히 남아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은 등록문화재가 된 삼례 양곡 창고와 만경강 폐철도 등이 그것들이다.
양곡 창고와 폐철도는 일제가 호남평야에서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전 보관하거나 운반한 철로다.
특히 삼례 양곡 창고는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다.
내부 또한 당시 쌀의 신선도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시설이 잘 보존돼 있다.
1970년대까지 관내 양곡 창고로 활용됐으나 이후 삼례역이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옮겨가고 도심 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양곡 창고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완주군은 이 창고를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문화체험장으로 고쳤다.


또 1920년 건설 당시 한강 철교 다음으로 긴 교량 철교로 알려진 만경강 철교는 기능이 상실되자 한때 철거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아픈 역사'를 잊지 않도록 보존이 결정됐다.
양정기 전북도 산림녹지과장은 "번영로 벚꽃길이 새롭게 조성되면 옛 추억을 되살려 안락한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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