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물결이 도도해지고 있다. 첫 물꼬를 튼 것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북한대표단의 참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 어린 제안에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화답하면서다. 남북 대표단의 공동 입장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활약 등에 힘입어 남북관계 개선 흐름은 탄력이 붙었고, 남과 북 정상의 특사 순차 교환을 통해 4월 말 제3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5월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흐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제한적 대북 예방공격 실행 검토 등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나돌던 작년 말만 해도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남과 북, 미 3국 정상의 큰 뜻을 어떻게 윈-윈하는 구체적 합의로 실현해내느냐가 더 어려울 수 있어서다. 협상에서 세부사항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너무 집착하면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 3국 모두 한반도 문제의 항구적 해결을 위한 결정적 전기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다지는 게 먼저다.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으로 수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역대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못했던 결정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를 직접 듣고 나서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요청하면서 체제 보장을 전제로 한 비핵화 의지, 핵·미사일 도발 중단, 한미연합훈련 양해 등을 밝혔다. 미국이 대화 조건으로 삼았던 것들이다. 일각에서 회의론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인지 불투명하다거나, 사전 실무작업 없이 '톱 다운' 방식의 회담에 응함으로써 북한에 주도권을 넘겼다는 것 등이다.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는 백악관 대변인의 언급도 있었으나 해프닝이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공개되지 않은 특별메시지다.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인권 개선과 주한미군 주둔 용인 등의 뜻을 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북한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화해를 원한다"면서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를 위해 가장 위대한 타결을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기여를 높게 평가한다.
지금까지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를 북한의 '미소 외교'에 놀아난다고 하거나, 남북정상회담 소식에도 환영은커녕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대가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견제하기에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 발표가 나오고서야,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하게 연계해 실시해온 최대한 압박의 성과"라면서 마지못해 지지의 뜻을 비쳤다. 아베 총리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도도한 물결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묻고 싶다. 동참할 의향이 없다면, 방관하는 예의라도 갖추길 바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쟁 가능한 군사대국'을 향한 개헌 작업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한반도 분단의 1차 책임이 침략한 일제에 있음을 안다면, 사죄는 못 할망정 더는 훼방을 놓지 말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그 첫 단추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져야, 5월 북미 정상회담도 순조롭게 이어진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이번 주 가동된다. 준비위는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북미수교라는 긴 여정의 역사적 출발점임을 명심하고 준비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위험과 기회가 뒤섞인 극히 민감한 국면이다. 매 순간 '유리그릇 다루듯이' 임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마음에 닿는 것도 그래서다. 신년사를 시작으로 두어 달 동안 북한의 김 위원장이 보여준 '통 큰 결단들' 역시 평가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비핵화 약속을 김 위원장이 행동에 옮김으로써, 전쟁과 고통으로 점철됐던 한반도와 동북아에 새로운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는 걸 목도하고 싶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