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 실사가 금주에 시작된다고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 9일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산은의 한국GM 실사에는 큰 관심이 쏠려 있다. 이 회사의 회생 여부가 사실상 실사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은은 한국GM 실사 결과와 GM 측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고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산은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한 이번 실사에서 한국GM의 원가구조를 최우선으로 세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원가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회생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주요 원가 요인은 이전가격, 본사 대출금리·관리비, 기술사용료, 인건비 등으로 대부분 국회, 한국GM 노조, 시민단체 등에서 의혹을 제기했던 것들이다. 이번 실사가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완전한 실사는 아예 시작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실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추후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다시 논란에 휘말릴 게 뻔하다.
한국GM에 대한 실사가 잘 되려면 GM 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GM 측의 태도를 보면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당초 지난달 말께 시작될 듯했던 실사가 2주일 이상 늦어진 것도 산은과 GM 사이에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실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상식적인 내용의 확약서를 놓고도 양측은 이견을 보인다. 산은은 실사에 필요한 자료 목록을 적시하고, 실사 자료를 받지 못해 지원 협상이 결렬될 경우 GM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시하려고 한다. 그런데 GM 측은 일부 민감한 자료의 제출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들에게 "GM 측이 아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GM을 압박했다. 실사의 완결성을 가름할 실사 기간을 놓고도 산은은 '최소한 2∼3개월'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GM은 '1개월 내'로 끝내기를 원한다고 한다. 금주에 시작한다는 실사가 발표한 대로 진행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듯하다.
이런 와중에 GM 측은 한국GM의 정상화 방안이라면서, 7개 항의 투자제안을 우리 정부와 산은에 보내 뒷말이 무성하다. 언뜻 보면 출자 전환, 신규 투자, 신차 배치 등 중요한 내용이 담긴 듯하지만 새로울 게 별로 없다고 한다. 엥글 사장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에게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 우리 정부 부처와 산은에 '참조' 형식으로 전달한 것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이렇게 형식과 내용에 문제가 있다 보니 정부가 GM의 이 제안을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다른 의도가 있는 거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한국GM의 실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GM은 이런 식의 편법으론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GM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진정성을 토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 첫걸음이 한국GM 실사의 철저한 이행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핵심은 한국GM 부실에 GM의 책임도 크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풀고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우리 정부의 추가 지원은 끌어내기 어렵다. GM이 진정으로 한국GM의 정상화를 원하고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지원을 희망하는 거라면 무조건 이번 실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 이번 실사가 어정쩡하게 종료되면 우리 정부의 재정 지원도 물 건너갈 거라는 덴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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