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 경험 부족 문제 메워서 다시 시작"
(원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원주 DB 이상범(49) 감독의 '믿음의 리더십'이 빛났다.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DB는 11일 서울 SK와 경기에서 69-79로 졌지만 2위 전주 KCC 역시 서울 삼성에 83-88로 패하는 바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DB가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것은 2011-2012시즌 이후 6년 만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고 챔피언결정전에서 DB의 전신 동부를 4승 2패로 꺾고 우승했던 지도자다.
이후 2013-2014시즌 도중 물러났던 이상범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DB 사령탑을 맡아 프로 코트에 복귀했다.
DB는 허웅의 입대, 김주성(39)의 체력 부담, 윤호영(34)의 부상 등 악재가 겹쳐 하위권 후보로 지목됐으나 이 감독은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날 DB와 SK 경기를 중계한 MBC스포츠플러스 김태환 해설위원은 "DB 우승은 감독 플러스 외국인 선수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이 특유의 '믿음의 리더십'을 앞세워 지난 시즌까지 코트에 설 기회가 적었던 김태홍, 서민수 등의 잠재력을 끌어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이번 시즌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디온테 버튼을 뽑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실에 들어서며 "운 좋은 사람 왔습니다"라고 겸손한 소감부터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남보다 두 배 이상 뛰면서 일궈낸 우승이라 고맙게 생각한다"며 "김주성, 윤호영 등 두 명의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준 덕"이라고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이날 패한 뒤 라커룸에서 KCC와 삼성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봤다는 그는 "농구 중계를 보면서 이렇게 손에 땀까지 나기는 처음이었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2008-2009시즌 인삼공사에서 처음 프로 감독을 맡은 그도 정규리그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해봤지만 정규리그는 처음"이라며 "54경기를 선수들과 함께 뒹굴며 일궈낸 결과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팀이 약체로 평가받은 것에 대해 그는 "사실 (전문가들이) 보시는 게 맞았다"며 "지금 우리 팀 구성을 보면 지난 시즌까지 뛸 기회도 없었던 선수들이 많아 나도 우려가 컸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그래도 선수들을 믿고 그동안 (뛰지 못해) 한 맺힌 것을 풀라고 기회를 줬다"며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좋은 결과까지 얻게 됐다"고 돌아봤다.
정규리그 우승 고비를 묻자 그는 "매 경기가 고비였다"고 답했다.
시즌 막판 주전 가드 두경민이 팀내 불화설이 나돌았지만 오히려 "그건 별문제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버튼이 장염에 향수병까지 앓다가 3월 초에 돌아왔는데 KCC, LG에 연달아 패했을 때가 위기였다"며 "그러다가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붙어 이긴 것이 우승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고 자평했다.
이제 DB는 4강 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플레이오프는 오늘처럼 관중도 많이 오고, 부담이 큰 경기인데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이겨낼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최대 약점이 사실 그런 큰 경기 경험인데 축제인 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이 즐기면서 자신의 기량을 쏟아내도록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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