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보도…현안 등 사전조사는 물론 北인사 조우 가능성도 철저히 대비
이방카 "한국에 선의 보여주는 것과 '살인자' 곁에 있는 것 사이 균형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하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취미까지 꼼꼼하게 사전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미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하기에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한반도 핵위협은 물론 문 대통령 부부의 취미에 이르기까지 '질문 폭탄'을 퍼부었다고 한다.
한국행 비행기 내에서 관련 보고서를 여러 시간 동안 탐독한 것은 물론 방한 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조우 가능성에 대해 참모진과 미리 시나리오를 점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여기에는 북한 관료가 악수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방카 보좌관은 지난달 말 백악관 사무실에서 한 WP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운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WP는 이방카 본인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 관료 10여 명과 미 의회 의원, 외부 지인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보도한 기사에서 이방카 보좌관의 평창 방문은 단지 친선대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외교적 중요성을 띠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방카 보좌관이 부친인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국가안보 메시지를 갖고 방한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당시 이방카 보좌관은 문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로 결심했으며, 청와대에서 열린 '비빔밥 만찬' 때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를 사전 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K팝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 것이 그 사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방카 보좌관은 만찬 대화를 100% 이끌었다"면서 "이방카 보좌관은 문 대통령과 금방 좋은 관계를 이뤘고, 영부인과는 정말로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의 방한 일정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평창 폐회식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있던 'VIP 박스'에 앉은 일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행복해하고 미국인들을 환영하는 한국 대중의 눈앞에서 선의를 재확인하는 일과 수많은 사람을 죽인 남자의 곁에서 불과 몇 인치 떨어져 있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은 단순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술회했다.
WP는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이 성공적이었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부친의 최근 결정에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이방카는 능숙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했으며, 그 지역에서 우리의 외교적 목표를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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