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 "'트럼프 관세'는 경제 아닌 사회 정책이다"

입력 2018-03-12 14:46  

독일 언론 "'트럼프 관세'는 경제 아닌 사회 정책이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트럼프 특유의 민심 파고들기 분석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철강이 돌아왔다! 철강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유세차 펜실베이니아를 찾아가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연설에서 이렇게 크게 외치자 청중들은 반색했다.
'관세 폭탄'을 들고 철강 등 미국의 전통산업을 살려내겠다고 나선 '전사' 트럼프가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미 북부·중서부 쇠락한 산업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정치적 선동방식은 그랬다.
독일 유력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11일 후베르트 베첼 미국 워싱턴 특파원의 기명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다루면서 "사회(또는 복지) 정책으로서의 관세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사설 요지는 러스트벨트의 전통산업이 몰락하자 일자리가 없어져 살기가 힘들고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므로 정부로선 그들 지역의 삶을 되돌리기 위해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 정책으로서 관세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사설은 먼저, 지난 수 주일 새 알아챌 수 있었던 사실은 관세는 독(毒)이라는 점이라고 썼다. 한 정부가 자국 제조업체의 유사 제품을 보호하려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경제적으로 볼 때 어리석다고 짚었다. 관세 부과에 영향받는 나라들이 보복관세로 응징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잃게 된다는(패배자가 된다는) 근거에서다.


이 원칙은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주 내놓은 철강, 알루미늄 관세에도 유효하다. 또한, 트럼프가 독일 자동차에 물리겠다고 한 관세 역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하나 또는 다른 미국의 철강 혹은 자동차 공장이 이익을 볼 수 있겠으나 동시에 여러 다른 기업들, 그리고 그들의 노동자들은 보복 조치의 고통을 받게 된다. 결국, 트럼프가 그렇게 비난하는 독일 자동차의 많은 수가 사실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지 오래라는 것이 트럼프의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경제 정책적 측면이다. 지금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처럼 다른 한 측면이 더 있다. 여기선 미국 미시간에 있는 도시 플린트를 다룬 침울한 다큐멘터리 "플린트 타운"을 볼 수 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자동차 조립공장들이 있었다. 넉넉한 임금의 일자리들도, 중학교 졸업 자격만 있으면 가능했던 중간층의 견고한 삶도 있었다.
또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헤로인"이라는 영화는 웨스트버지니아 도시 헌팅턴의 마약 확산을 다루고 있는데, 이 도시에도 예전엔 수익이 많은 철강과 광산업 일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일자리가 사라지자 넉넉한 임금도, 안전하고 가치 있는 삶도 함께 없어졌다. 한때 미국 산업이 둥지를 틀었던 22개 주(州), 그중 거의 모두에선 오늘날 월마트가 가장 거대한 일자리 제공자다.
그곳 단순 노동자들의 임금은 시간당 10달러다.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구조 변화가 가져온 사회적 결과는 잔인했다. 러스트벨트에 속한 플린트, 헌팅턴 그리고 다른 도시 수백 곳은 오늘날 쇠퇴, 범죄, 마약의 고통에 지배받는다.
'트럼프 관세'를 사회 정책으로 볼 수 있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물론, 그 방식이 거친 데다 경제적으론 의문스럽지만, 트럼프의 동기는 박애적 생각에서 발원한 민족(국가)주의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고 사설은 분석했다.
사설은 그러면서,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개선'보다 '손상'을 더 안길지도 모르지만, 독일 정부가 석탄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온 것도 트럼프 관세정책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트럼프 전임자들, 그중에서도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전통산업 쇠락, 중산층 몰락, 러스트벨트 내 증가하는 분노를 거의 보살피지 않았다고 평한 뒤 오히려 그들이 더 관심을 둔 것은 월가, 실리콘밸리, 할리우드였으며 그 결과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나타났고 아마도 무역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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