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매개로 접촉 재개 가능성…유엔 대북제재 등 변수
주요 대기업은 "상황 지켜보자" 신중론…현대그룹,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최근 한반도 평화정착을 목표로 하는 남북·북미 대화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재계도 남북 경제교류 재개에 대비해 서서히 준비를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재계 대표단체'로 부상한 대한상공회의소가 남북대화의 진전 상황에 따라 민간 경제 분야의 소통 채널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남북 상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국제상업회의소(ICC)를 매개로,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직·간접 접촉을 했으나 이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현재는 사실상 교류가 없는 상태다.
지난 2000년 3월 설립된 '평양상업회의소'를 모태로 2004년 이름을 바꾼 조선상의는 북한의 대표 경제단체로, 과거에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상공회의소 총회(WCC) 참석을 계기로 대한상의와 종종 연락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중단됐다.
그러나 대한상의는 다음달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ICC를 통한 간접 접촉은 물론 조선상의와 직접 대화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9일 기업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역할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대한상의가 남북관계와 관련한 행사를 여는 것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자체 정책자문단 산하 남북경협분과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폐지했던 남북경협위원회를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만 회장도 과거 여러 차례 조선상의와 교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북한 제품의 원산지 증명, 기후협약에 따른 배출권 남북 거래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그러나 남북관계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현재로서는 유엔 대북제재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성급하게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도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언제든지 (조선상의와) 대화채널을 가동할 수 있다"면서도 "조선상의 소속 기업 상당수가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제가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면 진전이 어려우므로 민간 차원의 협력을 별도 트랙으로 진행해 대화의 물꼬를 틔울 필요가 있다"면서 "재계 대표단체인 상의가 남북관계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남북·미북 대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주요 대기업들은 "좀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남북교류와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상의 부회장이기도 한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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