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권위 실추…금융권 채용비리 소용돌이 어디까지 확산하나 주목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경윤 기자 =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은 금융당국 수장의 권위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의 사의 표명 후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하며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단도 예정대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 원장이 사의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2013년 하나금융지주[086790]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채용비리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의혹에 연루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현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표면적으론 개인적인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지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계속된 충돌에서 최 원장이 밀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작년 말부터 금감원과 금융위 등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이 정면대결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지주사 CEO 연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놓았고 이는 곧 김정태 회장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려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에는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그대로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이를 놓고 최 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하나금융 회추위에 대해 "그 사람들이 (당국의) 권위를 인정 안 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체면을 구긴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하나금융을 다시 공격했지만, 이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금감원은 2개월에 걸쳐 검사를 벌인 끝에 하나은행에서 총 13건의 채용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 원장이 하나금융 재직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최 원장이 오히려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며 이를 은행 측에 전달했다. 해당 지원자는 하나은행에 최종합격했다.
최 원장은 "친구 아들이 최종 합격하자 발표 전 덕담 차원에서 합격 사실을 알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압력이나 청탁으로 비칠 만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년 전 최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은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하나금융 측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당시 점수 조작이 있었는지를 하나은행이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최 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권위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임원들이 정치권 인사 아들의 특혜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처벌되는 등 자체 채용비리가 불거져 지탄을 받았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직원의 부적절한 주식투자와 음주 운전이 적발되는 등 각종 비위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사기도 했다.
최 원장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지만, 앞으로 하나금융의 '승리'가 굳어질지, 또 금융권의 채용비리 여파가 얼마나 더 확산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따라 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의 사의 표명에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권에선 검찰의 수사결과 시중은행 행장이나 금융지주 CEO들이 연루된 혐의가 확인될 경우 더 큰 파문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사태가 더 커질 것 같다"며 "하나은행이 이겼다는 말도 있지만, 이제는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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