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7권 구성…1차로 세 권 먼저 나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의 방대한 지식과 사유의 세계를 읽을 수 있는 논픽션 전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총 7권으로 묶였으며, 이번에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영원성의 역사', '말하는 보르헤스'까지 세 권이 먼저 나왔다. 그의 산문 전집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 하반기에 나머지 네 권이 나와 완간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보르헤스는 독특한 소설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생전에 수천 쪽에 달하는 에세이도 남겼다. 당대 작가들의 전기, 철학 사상, 아르헨티나의 민속학, 정치와 문화 비평, 강연록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써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산문 작가로도 유명했다. 도서관 사서로 오랫동안 일하고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방대한 독서량과 지식, 이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저작으로 '20세기의 도서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전집에서는 보르헤스의 비범한 사유가 태동하던 청년기부터 지적 자만심으로 패기만만한 장년기, 자신만의 한 세계를 완성한 노년기까지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온전히 엿볼 수 있다.
1권인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는 보르헤스가 27세에 낸 에세이집 '내 희망의 크기', 아르헨티나의 민족적 전통과 기원을 찾는 비평, 19세기 말 아르헨티나 대표 시인 에바리스토 카리에고에 관한 산문집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등으로 구성됐다.
2권 '영원성의 역사'는 아르헨티나 문학과 종교, 영미 문학, 영화 등을 주제로 한 글 '토론', 시간과 영원성의 문제, 수사법, 번역, 소설의 형식 등에 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을 담은 '영원성의 역사', 소설과 에세이의 양면적 특성을 갖춘 글 '알모타심으로의 접근' 등을 담았다.
3권 '말하는 보르헤스'는 그의 육성이 생생히 살아있는 강연록을 묶었다. 1978년 벨그라노 대학에서 특강한 '책, '불멸', '스베덴보리', '탐정소설', '시간' 등 다섯 가지 주제와 197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콜리세오 극장에서 강연한 ''신곡'', '악몽', ''천하루 밤의 이야기'', '불교', '시', '카발라', '실명'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를 다뤘다. 유전적인 이유로 전 생애에 걸쳐 서서히 시력을 잃었던 그는 이 두 차례의 강연을 할 때는 거의 실명한 상태였다. 그래서 참고 문헌이나 인용문까지 모두 암기해 강연했다고 한다.
그는 '불멸'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누군가가 적을 사랑하고자 할 때마다 불멸의 그리스도가 나타납니다. 그 순간 그는 그리스도입니다. 단테나 셰익스피어의 시구를 되뇔 때마다 우리는 어느 정도 그 시구를 창조했던 순간의 셰익스피어나 단테가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르헤스를 꾸준히 소개해온 송병선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를 비롯해 스페인어와 문학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부분을 나눠 번역했다.
1권 520쪽 1만9천원, 2권 432쪽 1만9천원, 3권 308쪽 1만8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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