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대통령 초청 아시아국가 대사 오찬모임에 北대사 참석
라데프 대통령 "한반도 평화 노력 지지…한국 리더십의 큰 성과"
(소피아=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유럽의 남·북한 외교 격전지인 불가리아에서 남북한이 손을 잡았다.
12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있는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불가리아 대통령 초청 아시아국가 대사 오찬모임'에서다. 이 자리에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불가리아 주재 아시아 지역 대사(대사대리 포함) 16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 차건일 북한대사가 참석해 신부남 주(駐)불가리아 대사와 시종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남북한 대사가 행사장에서 만나 인사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한국대사관이 주최하는 관저 행사에 북한대사가 참석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소피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유럽 '허브' 공관으로, 중국과 러시아 주재 공관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불가리아는 옛 공산정권 시절 북한과 관계가 각별히 돈독했다.
공산정권 붕괴 후 불가리아가 한국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외교가에서 남북한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이날 북한대사의 한국대사관저 방문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급격히 고조됐기에 가능했다.
북한대사는 행사 전날에야 참석 의사를 한국 쪽에 알려왔다.
신 대사는 입구에서 차 대사를 반갑게 맞았으며, 오찬 테이블에서도 차 대사와 나란히 앉았다.
라데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정부의 리더십으로 극적인 대화 국면이 조성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라데프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을 남북이 함께 하는 정치·외교의 수단으로 만든 것은 놀라운 성취"라면서 "이것은 물론 한국과 북한의 리더십이 빚어낸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라데프 대통령은 남·북한 대사와 별도로 기념 촬영을 했다.
그는 "방금 내가 역사적인 사진을 찍었다"며 "남·북한 두 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전세계를 위해 훌륭한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신 대사는 오찬 테이블에서 "한반도에 평화가 빨리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유도했다.
차 대사는 방명록에 "우리는 하나의 민족입니다. 북과 남이 힘을 합쳐 북남관계와 조국통일의 새역사를 써나가게 되기를 바랍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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