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적으로 러시아인만 국민으로 보는 시각…불쾌한 차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2016년 미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인들이 러시아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소수민족일 수 있다고 말해 뭇매를 맞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앵커 메긴 켈리가 지난달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에 기소된 러시아인 13명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들은 러시아인이 아닐 수 있으며, 러시아 시민권을 가진 우크라이나인이거나 타타르인, 유대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들은 이중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혹시 그러한 일을 하도록 돈을 받은 미국인일지 누가 알겠느냐?"라며 "그들은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러시아인 외에 타타르인, 우크라이나인 등 거의 200개에 달하는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다. 때문에 소수민족을 러시아인으로 보지 않는 듯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러시아 언론 분석가 줄리아 데이비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오직 인종적으로 러시아인만 국민으로 보는 시각을 명확히 했다"며 "불쾌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최대 규모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대표는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말도 안 되게 자신의 나라에 있는 유대인과 다른 소수민족을 지목하며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나라를 수백 년간 좀먹은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고정관념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을 보니 몹시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인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도 "푸틴의 역겨운 발언은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당장 모진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왜 조용할까?"라며 "편협은 참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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