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자르기 말라'…정관계·언론·시민 반발…검찰, 수사 방침
여권내 '포스트 아베' 찾기 움직임…이시바 전 간사장 '급부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재무성이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을 둘러싼 문서 조작 의혹을 인정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루 의혹을 받는 사학스캔들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 자신이 아닌 '공무원들의 비행'으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관계, 언론, 시민단체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문서 조작 사실을 인정한 다음날인 13일 일본 조간신문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기존 성향과 관계없이 아베정권을 겨냥해 십지포화를 퍼부었다.
재무성의 문서조작을 첫 보도한 아사히신문은 사설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깨졌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요미우리신문도 '국민에 대한 중대한 배신이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재무성이 지난해 2~4월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매각과 관련한 문서 14건에서 '본건(本件)의 특수성', '특례적인 내용' 등 특혜임을 시사하는 문구와 복수의 정치인과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이름을 삭제했다고 인정한 걸 두고서다.
야권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사퇴를 포함해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에러(실수)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2월 "나나 처(妻)가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매각과) 관계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총리와 국회의원을 그만두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비판론이 거세지면서 여야가 이 문제를 국정조사를 통해 다룰 가능성도 있다. 야권은 아키에 여사의 국회 소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여권의 각 파벌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아소파와 기시다(岸田)파는 전날 도쿄도내에서 모임을 가졌고, 여당 내 아베 총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문서 조작 문제에 대한 정권 차원의 해명을 촉구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시바 간사장은 이날 발표된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의 차기 총리 적합도에서 아베 총리에 1.4% 뒤진 28.6%의 지지를 얻으며 다음 총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재무성의 문서조작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어서 사학스캔들은 검찰 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그동안 고발된 일련의 사건과 함께 형사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재무성이 문서에서 삭제했다고 밝힌 부분 중에는 개헌을 목표하는 보수단체로, 아베 총리가 특별고문을 맡은 일본회의 관련 부분도 있어 이 부분이 검찰 조사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본의 감사원 격인 회계검사원이 과거 이 의혹을 조사할 때 재무성의 문서조작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이와 관련해 의도적인 묵인이 있었는지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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