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용역회사 청소미화원인 한 60대 여성은 작년 야간 청소일을 하던 중 남자 직원에게 성추행당해 고용노동청에 직접 진정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접수 후 2주가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고 노동청에 전화해도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응답만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노동청을 찾아간 여성에게 담당 근로감독관은 "그 사람(성희롱 행위자)이 대기 중이라고 하더라. 현장 소장하고 해결해야지 우리는 어떻게 못 한다. 온 김에 쓰고 가라"며 진정 취하서를 쓰도록 했다.
이후 회사 생활이 더 어려워진 이 여성은 억울한 마음에 한국여성노동자회 상담실을 찾았고, 상담실에서 해당 노동청에 해결을 촉구한 이후 사건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었다.
전국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는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감독하는 남녀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의 부당한 업무 처리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용노동청에 진정한 피해자에게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채 진정 취하서 작성을 종용한 사례, 다른 근로감독관이나 민원인들이 있는 열린 공간에서 성희롱 조사를 강행한 사례 등을 공개하면서 "피해자가 용기 내 진정을 넣어도 구제받기는커녕 한 번 더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감독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사건 해결 의지 부족, 조사과정에서의 추가 피해, 전문성 부재" 등을 지적했다.
네트워크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사건 2천734건 중 시정이 완료된 것은 307건으로 11%에 불과하며, 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14건(0.5%), 사업장 내 책임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359건(13%)에 그쳤다.
이들은 지난 8일 고용노동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감독할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관을 지청마다 1명씩 배치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고작 1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안일한 대처라고 비판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는 전국 여성·노동단체가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의 연대기구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서울여성노동자회 등 15개 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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