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연구기관 옥죄는 연구과제중심제도 폐지될 듯

입력 2018-03-13 17:06  

정부 출연연구기관 옥죄는 연구과제중심제도 폐지될 듯
연구제도혁신기획단 연구현장 의견수렴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창의적인 연구를 저해해 왔다고 지적을 받아온 현행 연구과제중심제도(PBS)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PBS는 출연연이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토록 하는 제도로, 연구기관간 경쟁을 활성화해 생산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1995년 도입됐다.
이승복 연구제도혁신기획단 공동단장(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은 13일 중구 KT스퀘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R&D(연구개발) 토크콘서트'에 연사로 나서 "연구자들의 불필요한 경쟁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연구제도혁신기획단(이하 기획단)은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작년 10월 출범한 조직으로,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원 연구자 총 4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5개월간 30여 차례의 토론과 세미나를 열어 연구 현장의 문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한 결과 'PBS 완전 폐지'로 의견을 모았다는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이 단장에 따르면 국가 R&D 예산 19조 중 40%를 넘는 8조원이 출연연에 투입된다. 출연연이 국가 R&D의 핵심 주체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출연연의 성과는 대학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대학이 연구비 10억원 을 받을 때 논문 18편을 내지만, 출연연은 2편을 내는 정도다. 출연연의 특허등록 수 역시 대학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 단장은 출연연의 R&D 효율성이 낮은 이유가 바로 PBS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인건비 확보를 위해 성과를 내기 쉬운 연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연구의 효율을 높이려면 기관장 선출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지 않아야 하며, 출연연이 우수한 연구자를 확보할 수 있게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정부에서도 각 출연연에 맞게 PBS 개편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연구 현장의 제안이므로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새해 업무보고에서 폐지를 비롯해 획기적인 PBS 개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단은 논의 결과를 보고서로 과기정통부에 제출하고, 과기정통부는 이를 상반기 수립할 'R&D 제도혁신방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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