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고령에도 건강 양호…경호인력 교체로 가족·친지 접견 자유로워져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거처를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긴 지 두 달째를 맞는 신격호(96)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큰 무리 없이 새 거주지에 적응하면서 고령에도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롯데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 20년 넘게 거주하던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49층으로 이주한 신 총괄회장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도 큰 동요나 불편함 없이 순조롭게 새 거처에 적응하고 있다.
시그니엘 레지던스 49층은 호텔형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급 레지던스형 공간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월드타워로 거주지 겸 집무실을 옮긴 뒤 식사와 취침 주기 등 생활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며 "후견인 측에서 총괄회장의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는 신 총괄회장이 거주지를 옮기기 전부터 그가 새로운 환경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집기와 공간 구성 등에 각별하게 신경을 썼다.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욕실 문턱을 낮추고, 화장실과 샤워공간도 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개조했다.
레지던스 내부에 설치한 카펫과 커튼도 기존에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색상의 소재를 어렵게 구해 비치했고, 모든 집기류는 신 총괄회장이 오랜 기간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가져와 활용했다.
육류, 해산물, 면류 등 신 총괄회장이 즐겨 먹는 메뉴에 대한 조리법은 소공동 롯데호텔 측에서 잠실 시그니엘 쪽에 전수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소공동 롯데호텔에 거주할 때만 해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에서 고용한 비서진과 개호·경호 인력이 신 총괄회장을 보살폈지만, 잠실로 옮긴 뒤에는 이들 중 상당수가 교체되거나 후견인 소속으로 신분이 변경됐다.
서울가정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새로운 거주지를 롯데월드타워로 정하면서 SDJ에서 고용한 경호인력을 모두 교체하고 후견인이 새로 고용하도록 하는 한편 개호인력과 비서진도 후견인이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바꿨기 때문이다.
롯데는 SDJ에서 고용했던 인력을 교체하거나 후견인 소속으로 변경하도록 한 법원 결정이 신 총괄회장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2016년 8월 "사건본인을 둘러싼 친족 등 관계인들의 이해관계나 반복된 학습 등으로 (상황이) 왜곡돼 있다면 법원은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후견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롯데 관계자는 "후견인이 신 총괄회장의 정서적 안정을 고려해 '목적성을 띤 교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거주지를 옮긴 뒤 신변보호나 인력고용 등을 모두 후견인이 맡으면서 가족과 친지의 접견이 한층 자유로워진 점도 총괄회장이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과 롯데 관계자의 발언을 고려하면 SDJ 측이 소공동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특정한 목적을 위한 반복 학습을 시키고 가족과 친지의 접견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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