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냉전 시기 미국에 앞서기 위해 개발
"'북한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5∼8배 치명적"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러시아 스파이'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것은 이번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33)이 의문의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사건을 조사한 결과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직접적으로 이를 사용했거나 아니면 신경작용제가 남의 손에 들어가게 하는 등 관리에 실패했을 두 가지 가능성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비촉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치명적인 화학무기 중 하나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화학 교수인 앤드리아 셀라는 노비촉을 "인(phosphorus)에 기반한 전통적인 신경작용제의 변종"이라며, 냉전 시기에 러시아가 미국에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에 사용된 화학무기인 사린(sarin)이나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동원된 VX 등 다른 신경작용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졌다.
앨러스테어 헤이 리즈 유니버시티 독성학 교수는 "노비촉은 과학 논문 등에 거의 게재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레딩 유니버시티의 약물학 전문가인 게리 스티븐스은 "노비촉은 사린이나 VX에 비해 더 치명적이고 복잡한 신경작용제로 식별하는 것도 훨씬 더 어렵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지금까지 가장 치명적인 신경작용제로 여겨졌던 VX 보다 5∼8배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비촉에 중독되면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기도에 제약이 가해지면서 질식사하게 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어떻게 노비촉에 노출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노비촉은 가스나 증기 형태가 아니라 초미세가루 형태로 뿌려질 수 있어 흡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피부나 점막을 통해 흡수될 수도 있다.
신경작용제에 노출될 경우 즉시 해독제를 맞아야 하는데 특별하게 만들어진 노비촉은 이같은 해독제도 듣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아울러 적절한 해독제를 맞는 등 치료가 이뤄진 뒤에도 영구적으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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