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위한 대화 없다"→"북한의 협상·대화 시간 끌기 아닐 것"
"북한의 미소외교 주의해야"→"文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표한다"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북풍 몰이'에 힘써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 "구체적 행동이 필요할 때로 북한의 시간벌기에 이용당해선 안 된다"는 말로 최고 수위의 대북 압박만을 외쳐왔으며 남북 화해 무드에도 북한의 '미소외교'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제 그런 태도에서 물러난 기색이 역력하다.
아베 총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달 7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한 뒤 "북한의 미소 외교에 눈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데 펜스 부통령과 의견을 일치했다"며 남북 간 화해 무드를 견제했다.
그러나 그 이후 아베 총리의 대북 발언에서 미세한 변화가 감지됐다.
이달 9일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변화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북미 정상회담 수용 의사를 전한 직후였다.
13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면담에서 아베 총리의 변화 기색이 뚜렷해졌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과 확실히 공조해나가겠다"며 "한미일이 협력해서 북한 핵·미사일과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는 이전 대북 강경 기조에서의 후퇴를 분명히 한 언급이었고, 일본의 현안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당부한 제스처였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아울러 "북한이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벌기용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기 최근에 이룩한 남북관계의 진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변화의 움직임과 관련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는 서 국정원장의 설명에서도 이전과 달라진 아베 총리의 대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적(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협력과 협조를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대북 압력만을 강조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우익 세력의 지지를 공고화하고 미일동맹 강화에 활용해온 아베 총리의 태도변화는 최근 급박하게 이뤄진 한반도 정세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면서 일본만 대북 압력만 강조하기가 어려워진 상황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서 국정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상황변화는 그동안 한미일 세 나라가 긴밀하게 공조해온 결과로 평가한다"면서, 한미 양국의 대북 대화 노력에 합류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오후 브리핑에서 '대북 압력'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고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한미일이 긴밀하게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 방북 및 방미를 통해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 우려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재 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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