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 언급 논란, 대북정책 엇박자…북미회담 정보서도 소회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미 첫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교체해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뉴욕타임스(NYT)가 틸러슨 국무장관에 대한 경질설을 보도하면서 틸러슨 장관의 거취가 주목돼왔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수용해 북미 간 세기의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외교 수장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틸러슨 장관의 후임에 지명한다고 밝히면서 틸러슨 장관에 대해 "(그동안의) 봉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말 생각이 달랐다"면서 "정말 사고방식이 달랐고 생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대북문제나 이란핵협정 등 각종 주요 외교안보 현안과 정책 등을 둘러싼 틸러슨 장관과의 이견이 아프리카 순방중인 그를 경질한 가장 큰 이유였다는 설명인 셈이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과 다양한 무역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팀 구성을 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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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과의 불화가 공개적으로 노출되면서 교체는 시기의 문제일 뿐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그만둘 것을 요구했고, 틸러슨 장관이 당시 아프리카 순방 중이어서 발표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10일 건강상 이유로 케냐 일정을 일부 취소했으며, 하루 앞당겨 이날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틸러슨 장관이 석 달 전인 같은 해 7월 자신에 대해 '멍청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가짜뉴스로 생각한다면서 틸러슨 장관에 대한 신임을 확인했지만 "만약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내 생각으로는 우리가 IQ(지능지수) 테스트로 겨뤄봐야 할 것이다. 누가 이길지도 말할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끊임없는 엇박자를 내왔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해 9월 중국 방문 기간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훌륭한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공개 '면박'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틸러슨 장관이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하자 백악관이 나서서 "지금은 대화할 시간이 아니다"면서 다시 한 번 균열을 노출했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221C912150009C122_P2.jpeg' id='PCM20180314007037044' title='트럼프, 새 국무장관에 마이크 폼페이오 내정 (PG)' caption='[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북특사단이 전달한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했을 당시에도 틸러슨 장관은 정보에서 완전히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제의를 수용한다는 발표가 나오기 직전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직접대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협상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는 동떨어진 얘기를 한 것이다.
NYT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과의 '거리'가 이때 확연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라는 평가를 받아온 폼페이오 국장을 새 외교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틸러슨 장관 경질로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균형추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돼온 존 켈리 비서실장-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틸러슨 장관 등 이른바 '어른들의 축' 가운데 한 축이 무너져 북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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