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500원 감면…65세 이상 노인 보건소로 몰린다

입력 2018-03-14 13:49   수정 2018-03-15 15:17

진료비 500원 감면…65세 이상 노인 보건소로 몰린다

감염병 예방 등 본래 업무 소홀…과도한 의약품 처방 등 부작용도 커져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보건소는 병원이 아니라 주민들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곳입니다."
부산의 한 지자체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 A 씨는 퇴근할 무렵이면 파김치가 돼 겨우 집으로 향한다.
A 씨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환자는 하루 평균 150명가량이다. 최대 300명을 넘길 때도 잦다.
최대 기준으로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1시간 평균 35.5명의 환자를 만나는 셈이다.
환자의 대부분은 70대 전후의 노인들로 대부분의 경우에 처방전이 나간다. 환자가 요구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상당수 환자가 진료실 의자에 앉지도 않은 채 책상 앞에 서서 병원에서 받은 사흘분 처방전을 보여주며 한 달 치 처방전을 써달라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선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들은 보건소에 이처럼 환자들이 몰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진료비 감면 혜택을 꼽는다.
부산의 경우 16개 구·군 중에서 기장군, 사하구, 남구 등 3개 구·군에서 65세 이상 주민의 진료비 500원을 감면해주고 있다.
보건소 진료비 감면 혜택은 노인 복지 차원에서 시작되기는 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환자 진료에 행정력이 집중되다 보니 감염병 예방과 건강증진 사업 시행 등 보건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가 없다. 보건소의 진료는 부수적인 기능에 불과하다.
의약품 처방이 잦다 보니 의약품 소비량이 늘고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액도 증가한다.
인구가 27만 명 수준인 부산 남구의 경우 보건소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약국만 3개다.
부산의 한 40대 현직 약사는 "보건소 앞에 약국이 3개나 된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며 "보건소가 공공의 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상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도한 의약품 처방은 범죄의 유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6년 부산에서는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챙긴 보건소와 병원 의사 6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4C8894B9A000240AA_P2.jpeg' id='PCM20150311012200051' title='부산경찰청' caption='촬영 조정호'/>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당시 뇌물 등의 혐의로 모 보건소 의사 1명을 구속하고 해당 보건소의 다른 의사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일선 병원의 의사 4명도 같은 혐의로 이들과 함께 불구속 입건됐는데 그중 2명이 문제의 보건소에 의사로 근무하다 개인 병원을 차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의사 6명은 9년간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6개 제약업체와 2개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현금 3억 원과 3천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의사회 등은 보건소 진료비 감면이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유인 행위에 해당한다며 지자체에 관련 조례 개정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노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선뜻 이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구의원들과 자치단체장에게도 부담이다.
부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진료비 감면 혜택은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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