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틸러슨 남부사투리 조롱…37세 쿠슈너에 영역 빼앗겨"

입력 2018-03-14 23:43  

"트럼프, 틸러슨 남부사투리 조롱…37세 쿠슈너에 영역 빼앗겨"
"라이벌인 맥매스터·헤일리와 자주 충돌…백악관·국무부서 고립무원"
"북미정상회담 결정서 소외돼 좌절한 뒤 백악관 보좌관과 충돌·해임"
WP 틸러슨 해임 뒷이야기 보도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곧 실망했다. 그를 싫어한다는 것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의 버릇과 텍사스의 느린 말투를 조롱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백악관과 행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대한 북핵외교 와중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뒷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틸러슨 장관에게 끌렸다. 세계적 석유회사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이자 글로벌 협상가로서의 위상을 높이 산 것이다. 넓은 어깨에 은발의 소유자인 틸러슨 장관이 틀에 박힌 외교관들과는 다른 외교영역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의 사고방식이 너무 "주류적"이라는 점을 이내 파악하고 그를 경멸하기 시작했다. 종종 친구들에게 다른 인사들을 거론하며 "그들이 국무장관이 되면 틸러슨보다 일을 더 잘할 것이다. 틸러슨은 약하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 보좌관에게 "틸러슨에 관해 좋은 이야기가 전혀 없다"며 언론의 부정적 평가를 거론한 적도 있다고 한다.
틸러슨 장관은 자신이 이끄는 국무부의 직업외교관 수천명 사이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임기 내내 출입기자단과 거리를 두거나 냉담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WP는 보도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외국 정상들과 만나거나 국제 외교무대에 섰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백악관 내에서도 틸러슨 장관의 편은 거의 없었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중동과 멕시코 쪽 외교를 책임지면서 그로부터는 일상적으로 영역을 침해당했다. 또 틸러슨 장관은 자신이 외교정책 경험이 전무한 37세의 젊은이에게 굴종하는 듯이 보이는 데 분개했다. 그래서 종종 쿠슈너의 전화에 며칠간 답을 하지 않기도 했다고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프로토콜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충돌했고, 내부 경쟁자로 간주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와도 종종 부딪혔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한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항상 싸웠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자신을 향한 틸러슨 장관의 '멍청이' 발언 이후 여러차례 그를 경질하려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9일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주말에 틸러슨을 쫓아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락했을 당시 아프리카 순방중이었다. 그는 정권 내 결정과정에서 제외된 데 크게 실망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어 틸러슨 장관은 9일 북한관련 문제를 놓고 백악관 보좌관들과 충돌했으며 이 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WP는 "이 보고가 틸러슨 장관 해임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전했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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