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격차 메워 中企취업 유도…'퍼주기·임시처방' 지적도

입력 2018-03-15 14:30   수정 2018-03-15 14:43

월급격차 메워 中企취업 유도…'퍼주기·임시처방' 지적도

정부 "중소기업 기피 현상 완화할 것…경력 축적도 고려"
"복리후생·기술력 등 중소기업-대기업 월급 외 차이 커 효과 제한적"
"구조적 원인 대응책 부족" vs "장기적 대응·사회적 합의 필요"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 지원이 향후 3∼4년간 예상되는 최악의 청년 실업을 극복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한계가 명확한 '퍼주기'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 中企 2천500만원 vs 대기업 3천500만원…"격차 줄이는 지원금"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의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약 20만 명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에 청년이 유입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5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신규 취업해 연봉 2천500만원을 받는 대졸 사원을 기준으로 연간 1천35만원 이상의 소득 인상 효과를 내도록 대책이 설계됐다.
정부는 이런 지원책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청년 구직자의 거부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청년 구직자는 연봉이 3천500만원 수준이면 중소기업이라도 취업하겠다고 하는데 현실은 2천500만원에 그친다"며 그 차이를 정부가 메워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근로소득세 감면을 확대하거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정책 등은 중소기업이 열악하다는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3명을 고용하면 1명분을 지원하던 청년추가 고용장려금을 30인 미만 기업의 경우 1명을 고용할 때부터 지원하기로 하는 등 대상을 확대하고 중견기업까지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도록 해 청년 취업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앞으로 4년 정도는 에코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용시장 진입한다. 이대로 두면 훨씬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과감하고 효과가 있을만한 대책을 끌어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중소기업의 처우 개선을 유도하는 이번 대책이 일정한 유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제도의 실질적인 효과성을 높여 어느 정도 가시적인 청년 취업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예산 퍼주기…중소기업 기피 현상 극복하기에는 부족"

하지만 재정을 활용해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소득을 직·간접적으로 올려주는 구상에 대해서는 퍼주기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만약 22만 명에게 1천만 원씩 지원한다면 2조2천억원을 준다는 것인데 이는 엄청난 퍼주기"라며 "일자리를 만들 생각을 해야 하는데 돈으로 때우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의견을 밝혔다.
'퍼주기'와 다를 바 없다는 시각에 대해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나름대로 경력을 쌓고 직업 경험을 가지고 다른 직업으로 나갈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직접 지원보다 효과적"이라며 소득 격차 완화뿐만 아니라 직업 능력 향상도 고려한 정책임을 강조했다.
재정 지원의 효과가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봉 2천만원 미만의 사업장이라면 연간 1천만원 규모의 정부 지원책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월 20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시간당 최저임금(7천530원)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1천888만5천240원이므로 이런 일자리라면 이론상 1천만원을 지원해도 실질소득이 3천만원에 미달하는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연봉 외에 주택·자녀 교육비 지원, 휴가, 자기 계발제도, 사업 안정성, 사회적 인지도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지원 정책으로 해묵은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특히 독일이나 일본 등 중소기업이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풍토가 정착된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 중소기업의 역량은 아직 부족한 편이며 재정 지원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것은 일자리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앞으로 소득이 더 높아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며 "이미 중소기업에 다니기로 결정한 이들에게는 (지원책이) 도움이 되겠지만, 대기업 취직을 원하는 사람을 중소기업으로 돌리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고용 지원책 역시 이미 고용을 결정한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될 수는 있으나 새로운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청년층을 고용하면 (정부 지원으로) 최저임금의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으나 청년 외 근로자의 임금도 다 올려야 하는 상황이므로 중소기업에 추가 고용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대책이 중소기업에 치중한 나머지 대기업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의견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기업 벤처나, 대기업의 벤처 인수 등을 활성화하면 좋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데 중소기업이나 창업에만 초점 맞췄다"며 "혁신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대기업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임시방편…지속 불가능" vs "구조적 대응은 장기적으로 모색"

구조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이른바 '특단의 대책' 가운데 재정 지원 등은 한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청년들이 3∼4년 직장 생활을 하다 그만둘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데 지속 가능성이 없는 대책을 앞세워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평가도 있다.
청년 고용 부진의 구조적 원인과 관련해 정부는 정규직의 고용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등 고용의 경직성이 좋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제약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과도한 정규직 보호를 지적해놓고 그 대응 방안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반응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산업·교육·노동시장 등 분야에서 구조적대응을 지속하고 고용의 안정·유연 모델을 구축하는 등 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고 차관은 구조적인 대응에 관해 "하루아침에, 한 번에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단계적으로 분야별 상세 대책을 마련하고 (현 정부) 임기 내내 지속해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정규직 보호 문제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노사가 중심이 돼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사회적 대화 기구를 개편하고 노사정 협의 등을 통해서 합의를 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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